“자위대는 폭력장치라서 … ” 센고쿠 관방장관 말실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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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일본 내각 각료들의 잦은 설화로 간 나오토(菅直人) 정권이 위기에 몰리고 있다.

 현재 여권에서조차 “자질이 의심스럽다”는 혹독한 평가를 받고 있는 설화의 주인공은 야나기다 미노루(柳田稔) 법무상 겸 납치 문제 담당상. 그는 지난 14일 지역구인 히로시마(廣島)에서 열린 자신의 취임 축하연에서 “내가 9월에 법무대신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난 법무란 건 다뤄 본 적도 없다. 근데 해 보니 법무대신은 (국회에서) 두 가지 말만 기억하고 있으면 되니 좋은 자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별 사안이나 잘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답변을 삼가겠다’고 하면 되고, 이걸로 안 되면 ‘법과 증거를 토대로 적절하게 처리하고 있다’고 말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즉각 여론이 들끓자 야나기다 법무상은 17일 국회에서 “사려 깊지 못한 발언을 해 죄송하다”고 머리 숙여 거듭 사과했다. 하지만 야당은 문책결의안을 제출할 기세다. 여당 내에서도 “몰상식한 발언을 한 만큼 물러나게 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관방장관은 17일 야나기다를 총리 관저로 불러 “대단히 경솔하고 불신을 불러일으킬 발언”이라고 엄중 질책했지만 사임까지는 필요 없다는 반응이다.

 그런 가운데 17~18일에도 각료들의 실언이 이어졌다. 최근 일본 방위성은 자위대 시설 내에서 이뤄지는 행사에 정치적 발언을 하는 인사를 부르지 말라는 지침을 내려보냈다. 최근 외부 인사들이 자위대 시설 안의 강연 등을 통해 정부 비판을 쏟아 낸 데 대한 조치였다. 이에 야당에서 ‘언론 통제’라고 반발하자 기타자와 도시미(北澤俊美) 방위상은 17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자민당이라도 똑같이 했을 것”이라고 받아쳤다. 야당에선 ‘무례한 답변’이라고 발끈했고, 결국 기타자와 방위상은 이 발언을 철회했다.

 압권은 센고쿠 관방장관의 발언이었다. 그는 18일 국회에서 자위대의 중립성을 강조하는 대목에서 “‘폭력장치(<88C5>置)이기도 한 자위대, 혹은 하나의 군대조직이므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며 자위대를 ‘폭력장치’로 표현했다. 그는 즉각 “폭력장치라는 표현을 ‘실력조직’으로 바꾼다”며 “부적절한 표현으로 자위대 여러분에게 사죄한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비판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야나기다 법무상을 불러 ‘실언’을 꾸짖은 당사자가 하루 만에 ‘실언의 장본인’이 된 것이다. 그는 지난주에도 국회에서 자신이 읽던 자료를 사진기자들이 망원렌즈로 포착해 보도하자 “도둑 촬영을 당했다”고 말했다가 언론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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