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언론계 ‘큰별’ 판징이 전 인민일보 총편집 별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중국 언론계의 거성(巨星)이 떨어졌다.”

 중국 인민일보 총편집(1993~98년)을 지낸 판징이(範敬宜·79·사진) 칭화(淸華)대학교 신문방송대학 학장이 13일 별세하자 현지 언론인이 인터넷에 올린 글이다. 이런 추모사가 과장이 아닐 정도로 판 학장은 중국 언론계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1931년 장쑤성(江苏省)출신인 그는 51년 라오닝(遼寧)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57년 우파로 몰렸고, 문화대혁명 시기에도 고초를 겪다 83년 복귀해 부총편집을 맡았다.

 개혁·개방 초기였던 79년 5월 농촌개혁을 촉구하는 글을 발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글을 인민일보가 1면 머리기사로 쓰기도 했다. 경제일보의 총편집을 거쳐 93년부터 5년간 인민일보 총편집으로 일하면서 “기층 민중에 가까워질수록 진리에 가까워진다”는 언론관을 폈다. 독자 투고를 머리기사로 보도하기도 했다. 일선에서 물러난 뒤 칭화대에서 8년간 후학을 가르쳤다. 칭화대는 15·17일 잇따라 추모 좌담회를 열었다.

 북송(北宋)의 정치인이자 문인이었던 범중엄(範仲淹)의 28대 후손으로 시와 서예에도 능했다. 21일 바바오산(八寶山)에서 열리는 장례식에는 지도자급 인사들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다음 생이 있다면, 또다시 기자가 되겠다”는 말을 남겼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