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움직였고 간 총리는 움직이지 못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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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움직인 (이명박) 대통령, 움직이지 못한 간 총리. 주최국의 리더십에 기세의 차이’.

 15일 일본의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전자판은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요코하마(橫濱)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이렇게 비교했다. 신문은 G20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경상수지 수치 목표를 설정하기로 한 것과 관련, 멕시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기한을 설정한 것은 하도 잔소리 많고 끈질기게 밀어붙인 이명박 대통령에게 두 손 든 측면이 있다”고 보도했다. 의장국인 한국은 환율 경쟁 해결과 같은 민감한 주제를 피해 무난한 결론을 내는 길도 있었지만 위험 부담이 있더라도 조금이라도 구체적인 성과를 추구하는 쪽을 택했고, 그 선두에 이 대통령이 있었다는 게 닛케이의 평가다. 신문은 “실무협상 대표들에게 밤샘 협상을 지시하고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각국 정상들에게 합의 구체화를 촉구하는 이 대통령의 모습에서 ‘글로벌 코리아’를 지향하는 ‘오르막 언덕을 탄 국가’의 야심이 배어 나왔다”고 덧붙였다.

 반면 간 나오토(菅直人) 일 총리는 APEC을 그런대로 무난하게 이끌었지만 이 대통령처럼 강렬한 개성을 보여주지는 못했다고 평했다. “이미 차려진 시나리오를 실수 없이 연출해 내는 데 그쳤고, 뭔가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게 신문의 분석이다. 영토 분쟁을 빚고 있는 중국·러시아와의 회담, 주일 미군기지 문제 등으로 틀어진 미국과의 관계 회복 등 ‘대국(大國) 외교’에 매달리느라 APEC에서의 리더십 발휘는 애초부터 힘들었다는 게 신문의 지적이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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