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세 갑절이나 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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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겨울의류 판매가 평소보다 두 배나 증가하고 난방용품 판매량도 세 갑절이나 늘었다.” 때 이른 겨울특수를 맞은 유통업체들의 실적 발표에서 어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 있다.

 ‘세 갑절’을 ‘세 곱절’로 바루어야 난방용품 판매량이 세 배나 늘었다는 의미가 된다. 두 배(倍)의 뜻을 나타낼 때는 ‘갑절’과 ‘곱절’을 모두 쓸 수 있다. “겨울의류 판매가 두 배나 증가하고”를 “겨울의류 판매가 갑절(곱절)이나 증가하고”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세 배 이상의 수량을 표현할 때는 ‘곱절’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갑절’과 ‘곱절’은 어떤 수나 양을 두 번 합한 만큼이란 뜻을 나타낸다. 여기에 더해 ‘곱절’은 일정한 수나 양이 그 수만큼 거듭된다는 의미가 있다. ‘갑절’엔 이런 뜻이 없으므로 ‘세 갑절’ ‘네 갑절’과 같이 쓸 수 없다. “제품 생산방식을 개선하자 소득이 다섯 갑절이나 높아졌다” “최근 수년간 중국 등이 거액의 원조를 무기로 자원 확보에 나서면서 희소금속 가격은 몇 갑절로 뛰어올랐다” “태국 통화가 폭락하자 그들이 본 손실은 원금의 여러 갑절로 불어났다”처럼 사용해선 안 된다. ‘다섯 곱절’ ‘몇 곱절’ ‘여러 곱절’로 고쳐야 한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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