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교사도 체벌 전면금지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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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교육감이 현장을 잘 모르겠지만 (체벌 전면금지 이후) 교사와 학생 간에 대립구도가 형성됐다.”

 “체벌이 금지된 뒤 한 학생이 여교사에게 ‘XX면 벌점 주면 되잖아’라고까지 얘기를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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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오후 6시쯤 서울 송파구 강동교육지원청 4층 강당. 곽노현 서울교육감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교사 100여 명 간의 간담회가 열렸다. 전교조 측이 곽 교육감을 초청해 마련한 자리로 교사 대표 4명이 주로 질문을 던지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교원인사, 혁신학교 지정 등 많은 현안이 거론됐지만 유독 체벌 전면금지에 대해선 강한 비판이 쏟아졌다.

 서울 K중학교의 박모 교사는 “체벌금지 정책이 시행되자마자 학교들에선 웃지 못할 상황들이 벌어진다”며 “어떤 학생은 야단치는 교사에게 ‘선생님 정년 퇴임하셔야죠’라는 말까지 하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곽 교육감 당선을 위해 뛰었는데 지금은 학교에서 (교육감을) 변호하기가 참 어렵다”고 말했다.

 배모 교사는 “교사들의 자발적 동참이 없으면 어떤 제도도 제대로 시행되기 어렵다”며 “(체벌 금지 정책은) 교사를 개혁의 대상으로 본 것이어서 실망이 많이 컸다”고 밝혔다. 그는 “교사들이 마치 파렴치한 집단으로 매도되다시피 했다”고 덧붙였다.

 교사들은 또 학교 현장에서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 급하게 정책을 밀어붙인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했다. 한 전문계고 교사는 발언을 자청해 “학생 흡연으로 화장실에 불이 났는데 교감과 학생부장 교사가 서로 지도 책임을 떠밀더라”며 “학생부장 교사가 ‘교육청에서 때리지 말라고 하는데 나보고 어쩌란 말이냐’고까지 얘기했다”고 소개했다. 이 교사는 “이런 실정에서 교사들이 ‘너 성찰교실에 가라’고 했을 때 학생들이 그 말에 따를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당초 체벌 전면금지 방침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7월 곽 교육감이 체벌금지 방침을 밝혔을 때도 “체벌 금지 규정이 학교 현장에서 더욱 철저히 지켜질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곽 교육감이 이달 초부터 체벌을 전면금지하자 전교조 교사들조차 현장의 어려움을 들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하지만 굳은 표정의 곽 교육감은 “어차피 주사위는 던져졌다”며 기존 방침 유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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