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본회의 ‘격랑’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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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G20 정상회의가 공식 개막한 11일 각국 정상들이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업무만찬’에 참석해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G20 준비위 제공]

후진타오(胡錦濤·얼굴) 중국 국가주석은 서울을 찾기 전부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태풍의 눈’으로 꼽혔다. 중국이 그간 위안화 절상 문제 등을 놓고 미국과 ‘환율 전쟁’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독일·브라질 등과 함께 최근 미국이 단행한 2차 양적 완화 조치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 때문에 세계 언론은 11일 방한한 후 주석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 주시했다. 특히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에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공개된 후 주석의 첫날 발언은 비교적 ‘온화’했다. 양자회담을 시작하며 “중국은 미국과의 대화·교류·협력을 강화할 의향이 있다”고 운을 뗐다.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양국 국민의 이해뿐 아니라 세계 평화와 안정, 발전에도 부합한다”는 말도 했다.

 하지만 후 주석이 ‘본게임’인 12일 G20 회의장에서도 계속 이 같은 모습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후 주석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환영만찬에 참석한 시간, 중국 대표단은 숙소인 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이 자리에서 중국 측 실무자들은 한목소리로 미국의 양적 완화 조치를 비난했다.

 정샤오쑹(鄭曉松) 중국 재정부 국제국 국장은 “선진국, 특히 기축 통화를 발행하는 국가(미국)는 자기 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다른 국가에 대한 경제적 영향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타오(張濤) 인민은행 국제국 국장도 “선진국의 단기 자금 유입이 (개도국의) 자산위기(asset crisis)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천쉬(陳旭) 외교부 국제국 국장은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각국의 상황이 다르므로 일률적으로 수치화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경주 재무장관회의에서 경상수지 목표치에 대한 구체적인 숫자를 적시하지 않은 의미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후 주석도 방한을 앞두고 중앙일보와 한 서면 인터뷰에서 “중국은 자기가 할 일을 열심히 하고, 자신의 문제를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이 남(중국) 탓만 한다’는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후 주석이 12일 본회의에서 이 같은 중국 측 입장을 주요 의제로 밀 경우 회의장에선 한바탕 격랑이 일 전망이다.

 후 주석은 이날 오전 8시30분(한국시각 9시30분) 베이징을 출발해 전용기 편으로 한국에 왔다.

한우덕·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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