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엄마들이 말하는 다문화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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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어시, 이마 유니타, 최인숙 교사(왼쪽부터)가 다문화교육 시스템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김진원 기자]

행사에 참여할 때마다 소감을 말해야 하고 기념사진이 남는다. 다문화교육 대상자들 얘기다. 눈부시게 터지는 스포트라이트 앞에서 정작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10일 오후 서울 보광초에서 다문화가정 이마 유니타(42·인도네시아)와 외국인가정 뷰티 어시(37·나이지리아), 최인숙 교사(다문화 담당)가 만났다. 이태원 중심에 위치한 보광초는 전교생 중 외국인·다문화자녀 비율이 14%에 이르는 인종공동체 학교다.

글=이지은 기자
사진=김진원 기자

한국어린이와 함께하는 교육 원해

이마 유니타(이하 이마)=다문화가정의 아이들만 따로 불러내 진행하는 행사가 많다. 주로 외부 재단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이다. 내 아이가 특별하게 구분되는 것 같아 기쁘기보다 서운할 때가 있다. 한국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놀게 하고 싶다. 다문화가정의 아이들만 모아서 체험행사를 가면 안내자의 태도가 다를 때도 있다. 아이들은 눈치가 빨라서 다 안다. 이전에 딸(이희진·6년)이 임진각 체험에 다녀온 뒤 그런 느낌을 나에게 말해줬는데 너무 속상했다.

 최인숙 교사(이하 최)=다문화가정 자녀만 대상으로 하는 체험내용을 살펴보면 한국 아이들도 가고 싶어할 만한 곳이 많다. 한국 아이들이라고 한국 전통문화를 자세히 아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 아이들도 함께 보내려 하면 외부 기관에서 거부한다. ‘다문화’와 관련된 예산을 한국 아이들에게 사용할 수 없다는 논리다. 좋은 프로그램에 한국 아이들이 소외되는 셈이다. 결국 공지도 다문화가정 아이들만, 가정통신문도 이들만 따로 불러 나눠주게 된다. 아이들은 같이 어울려 다니면서 친해지는데, 자연히 분리되는 경험이 많아진다.

문화체험 등 중복되는 프로그램 많은 편

최=다문화가정의 부모도 한국 여느 가정 부모와 다르지 않다. 아이가 공부 잘했으면 하고 바라는 게 제일이다. 이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보완하는 맞춤식 지원이 필요하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한문이나 국어에 약하다. 언어소통에는 문제가 없다. 부모 중 한쪽이 외국인이기에 쉬운 말만 사용해 독해력이 떨어지는 것이 원인이다. 이들을 위한 수준별 국어 수업이나 글짓기 수업 확충을 대안으로 들 수 있다.

 이마=중복되는 프로그램도 많은 편이다. 다문화가정의 자녀를 대상으로 한 한국 문화체험이 참 많다. 가끔 남편(이풍관·42)은 아이가 한국 문화체험을 너무 자주 간다고 의아해한다. 이 아이들은 외국인이 아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 문화 속에서 자랐다. 여느 한국 아이와 똑같다. 아빠의 입장에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최=체험학습도 너무 많으면 문제가 된다. 모든 아이들은 학교 외부에 다녀온 뒤 후유증을 겪는다. 마음이 들뜨고 에너지가 솟는다. 그래서 일부 부모는 무료 체험학습이라도 크게 달가워하지 않는다. ‘다문화봉사’라는 이름 아래 아이가 여기저기 불려다니는 것을 싫어한다. 아이가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더하다. 차분히 공부하려는 마음을 잡기에 시간이 걸리고, 행사일에 가야 할 학원도 취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활동이 집중되는 학교에 재량권 필요

뷰티 어시=딸(바넷사 어시·1년)이 입학한 뒤 외국인이기에 제공되는 다양한 무료혜택을 받고 있다. 방과후 학교에서 미술과 요리, 컴퓨터 과목도 자유롭게 들을 수 있고 한국어 수업이 이뤄지는 것도 만족스럽다. 다만 아이가 한국어로 이뤄지는 수업을 100% 다 이해하지 못할 것이기에 그에 대한 걱정은 있다. 전반적으로 한국어 수준별 수업이 더 잘 이뤄지면 좋을 것 같다.

 최=다문화프로그램은 크게 학교 내 교육과 외부 재단의 교육으로 나뉜다. 이 중 외부 재단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주제와 대상, 기간까지 모두 정해 단순히 학교에서 학생을 선발해 줄 것만 요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연히 중복되는 행사도 많고 대상도 좁다. 프로그램을 확정하기 전 미리 학교 담당자와 상의한다면 좋을 것 같다.

 이마=현재 한국의 다문화교육은 외국인교육과 혼동돼 이뤄지는 면이 있다. 다문화가정은 한쪽 부모가 한국인인 반면 외국인가정은 양쪽 부모가 모두 외국인이다. 이들을 다문화라는 이름 아래 모두 묶어 같은 교육을 제공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한국어 수준이나 한국 문화 이해 정도에 있어 뚜렷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일부 다문화교육은 외국인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게 더 적절하다는 느낌도 든다.

 최=이론적으로는 다문화교육 안에 외국인, 유학생, 다문화 어린이를 모두 포함하는 게 맞다. 학교에서 각 집단의 특성에 따라 맞춤식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넓게 형성해 줬으면 좋겠다. 이들을 제대로 가르쳐야 나중에 한국 사회의 공동체 안에서 활약할 인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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