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서울중앙 마라톤] “안개, 문제 안 됐다 … 습도 좋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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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중앙서울마라톤은 좋은 기록이 나오는 대회란 명성에 걸맞게 풍성한 기록들이 나왔다. 비록 대회 기록은 경신하지 못했지만 우승자 데이비드 키엥(케냐·2시간8분15초)을 포함해 4명의 선수가 2시간8분대에 골인했다. 역대로 가장 많은 숫자다. 또한 황준현(23·코오롱)과 정진혁(20·건국대) 두 명의 20대 초반 유망주가 2시간10분대를 뛰어 기대를 모았다.

 섭씨 11.6도의 가을 날씨 속에 시작된 레이스는 초반 30여 명의 선두그룹이 형성됐다. 키엥를 비롯해 모함메드 엘 하치미(모로코·2시간8분17초), 웨가예후 테페라(에티오피아·2시간8분25초), 스테판 모코카(남아공·2시간8분33초), 제이슨 음보테(케냐·2시간9분4초) 등 외국인 선수들과 황준현(2시간10분43초), 정진혁(2시간10분59초) 국내 유망주들이 흐트럼 없이 선두 대열을 유지했다.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천호사거리 방향으로 상쾌한 발걸음을 내디딘 선두그룹은 천호사거리~길동사거리의 내리막 구간에서 스피드를 높여 10㎞ 지점을 30분14초에 통과했다. 20㎞ 지점을 지나면서 선두그룹에서 이탈자가 한두 명씩 나와 20여 명으로 줄었다.

 25㎞ 무렵에서는 황준현과 정진혁이 페이스메이커 바로 뒤에서 초청 선수들에 앞서 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반환점을 돌고 27~28㎞를 지나자 정진혁의 페이스가 떨어져 2~3초 뒤처졌다. 이어 1시간30분까지는 외국 선수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황준현도 32㎞ 근처에서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33㎞에서 페이스메이커가 빠지자 키엥, 하치미, 테페라, 모코카, 음보테 5명의 경쟁으로 좁혀졌다.

 승부처는 40㎞ 지점이었다. 키엥이 3명을 제치고 앞으로 뛰쳐나왔다. 모로코 출신으로 첫 우승을 노린 하치미가 키엥을 뒤따라 스퍼트를 했다. 결승선을 앞둔 종합운동장 트랙에서 펼쳐진 키엥과 하치미의 막판 스퍼트는 명승부로 손색이 없었다. 키엥을 10여m 뒤따라오던 하차미는 관중들의 박수갈채 속에 스피드를 올려 거리를 좁혔다. 4~5m 간격으로 추격하자 키엥은 힘든 표정으로 마지막 힘을 짜냈다. 마침내 키엥이 두 팔을 벌리며 결승테이프를 가장 먼저 끊었고 환희에 찬 웃음을 지었다.

한용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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