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주식 백지신탁 보완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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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고위공직자의 업무와 관련된 보유 주식을 강제로 매각하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국회의원과 1급 이상 고위공직자는 12월까지 자신과 배우자, 직계 존비속의 주식 보유현황을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에 신고해야 한다.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이 각각 3인씩 위촉해 총 9인으로 구성되는 위원회는 공직자 보유 주식의 직무 연관성을 심사하게 되며 연관이 있다고 판정나면 공직자는 보유 주식을 스스로 매각하거나 신탁회사에 맡겨야 한다. 수탁 회사는 2개월 이내에 반드시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

이 같은 제도는 직무상 취득한 정보를 재산 증식에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공직자란 이유만으로 주식을 강제로 매각하는 것은 개인의 재산권 침해라는 위헌 논란이 있어 왔다. 단지 공직에 취임했다는 이유 때문에 정당하게 획득하고 행사할 수 있는 재산권을 제한하거나 침해한다면 이는 재산 소유자에게 공직 진출을 막는 불공정한 법이 될 소지가 크다. 재산을 소유했다 하여 오히려 공직에서 제외하는 모양이 되며 재산가라 하여 오히려 역차별을 당하는 결과가 된다.

물론 공익과 사익의 충돌시 공익이 우선되며 공익과 사익의 충돌 가능성 자체를 해소하자는 취지를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공직 취임이라는 일종의 국민의 권리와 헌법이 보장한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특히 그 공직이 소유 주식이나 재산의 증식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데도 강제매각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강제매각을 결정하는 직무 연관성 여부의 판단을 위원회에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 위원회 권한이 자의적으로 행사될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위원회의 판단은 위원 개인 판단의 집합보다는 제도로 규정된 틀에서 나와야 한다. 때문에 공직자가 보유한 주식이 업무와 연관이 있느냐의 여부를 시행령 등으로 구체적으로 정해 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끝없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 논란이 이어질 것이며 제도의 성공을 기약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