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서 추락 3대독자 아기 받아 살린 여고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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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난달 30일 오후 5시40분, 서울 강동구 천호동 주택가 골목 안. 친구를 만나기 위해 길을 가던 김한슬(16·광문고1·사진)양은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골목 안 한 주택의 2층 창문에 두세 살 정도 돼 보이는 아기의 하반신이 반쯤 걸쳐져 있었던 것. 아기는 울면서 밖으로 조금씩 미끄러지고 있었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를 안타깝게 바라볼 뿐이었다. 주택을 에워싼 담이 어른 키만 한 데다 철조망까지 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누군가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김양은 기다리기엔 늦다고 판단했다.

그는 교복 치마를 입은 채로 담을 기어 올랐다. 담을 타고 넘자마자 아기가 균형을 잃고 창문에서 떨어졌다. 김양은 두 팔로 아이를 받았다. 이때 충격으로 뒤로 넘어졌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김양은 아기를 외할머니에게 안겨주고 현장을 떠났다. 3대 독자인 아기는 함께 있던 외할머니가 외출한 사이 잠에서 깨어나 창문가 화장대를 딛고 올라 창문을 넘은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김양이 아니었다면 아기는 4m 아래 콘크리트 바닥으로 그대로 떨어졌을 것”이라 고 말했다.

 강동경찰서는 수소문 끝에 김양을 찾아내 4일 표창장과 격려금 20만원을 수여했다. 김양은 이날 학교에서도 표창장을 받았다. 그는 유도를 배운 적이 있는 씩씩한 여고생이었다. 경찰관이 꿈이라는 김양은 “ 아기가 무사한 게 가장 큰 기쁨”이라며 웃었다.

송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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