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보험' 든든한 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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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한 아들의 재를 산에 뿌리면서 너무 허망했습니다. 짧은 삶이지만 이렇게 가선 안 되겠다 싶어 장기 기증 서약과 함께 아름다운 보험에 가입하기로 했습니다."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갈비집에서 일하고 있는 윤난옥(41)씨는 지난 2일자 본지의 '아름다운 보험' 기사를 보고 즉석에서 가입자가 됐다. 2003년 여름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둘째아들을 잃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친구들과 물놀이를 갔던 아들은 급류에 휘말려 어이없이 세상을 떠났다.

"언제 어떻게 떠날지 모르는 게 우리 삶이잖아요. 살아 있을 때 작은 정성이나마 기부하면 세상을 떠나면서 남을 돕는 일에 목돈을 남길 수 있다니 아들을 생각해서라도 아름다운 보험에 가입해야겠다고 결심했죠." 윤씨는 보험 가입과 동시에 아름다운 재단을 통해 연세대 의대에 장기와 시신 기증 서약도 했다.

본지와 아름다운 보험이 공동으로 벌이고 있는 캠페인에 각계 각층의 호응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일 보도 후 1주일 만에 100여 명이 가입을 신청했다.

경기도 분당에 사는 최진관씨는 일가족 세 명이 한꺼번에 가입했다. 최씨는 "가족은 삶의 근본이자 축복인데 좋은 일을 하더라도 가족이 모두 참여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며 "세상을 떠나는 날은 서로 다르겠지만 언제나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것 같다"고 말했다.

노점순(41).서미경(45).김동숙(41)씨는 아름다운 보험을 개발한 교보생명의 보험설계사로 보험의 취지에 공감해 함께 가입했다. 광주광역시에서 잡화 도매상을 운영하는 백순애씨도 "불황으로 수입이 줄었지만 지금 가입하지 않으면 못 할 것 같다"며 아름다운 보험에 전화했다.

인천시 남동공단의 MP3 제조업체에 근무하는 이진숙(28)씨와 대구시 성림리본 무역부에 근무하고 있는 안미애(26)씨도 선뜻 가입자가 됐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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