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열린 마당

'노래방 관광버스' 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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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근무하는 사무실이 지리산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 봄바람이 불어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니 관광버스 통행량이 느는 게 보인다.

그런데 어느 날 저녁 꿍짝꿍짝 요란한 관광버스 두 대가 우리 사무실 앞에 정차했다. 버스 안에서 70, 80명의 어른이 내리더니 그중 일부가 스스럼없이 사무실 주변에서 노상 방뇨를 하기 시작했다. 놀라 달려나가 건물 화장실을 이용해 달라고 부탁했다. 더 이상 낯뜨거운 장면은 피할 수 있었지만 씁쓸했다. 버스 안에서 과음한 듯했다.

봄나들이가 본격화되는 시기여서인지 관광버스 안에서 음주.가무 행위가 다시 기승을 부리나 보다. 달리는 차 안에서의 음주.가무는 운전기사의 집중력을 흩뜨려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그런 마당에 일부 승객은 운전기사에게까지 술을 권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라면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은 승객도 많을 것이며 때문에 더욱 위험할 것이다. 관광버스는 교통수단이지 술 마시고 노래 부르는 유흥장소가 아니란 점을 다시 한번 명심해야 할 것이다.

허경남.전북 남원시 왕정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