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리의 서울 트위터] 카드택시는 꼭 남자 같다니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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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며칠 전 술자리에서의 수다 한 토막.

 “금요일 밤에 강남역에서 택시 잡는 거, 왜 이렇게 힘드니? 보통 때는 서로 태우려고 여기저기서 빵빵대면서…. 겨울엔 추워서 종아리가 찢어질 것 같은데 그 많은 택시들이 나만 피해 간다니까. 기본요금 나오는 거리에 사는 게 죄냐고. 그러고 보면 택시는 꼭 남자 같아. (남자친구) 있을 때는 너무 자주 연락 와서 짜증나게 하더니 정작 외로울 때는 없잖아.”

 “있지…. 택시랑 남자랑 같은 게 또 뭔 줄 알아? 내가 카드 긁는 걸 두려워한다는 거야!”

 그랬습니다. 승차 거부에 울고 카드 결제 눈치 보는 분들, 정말 많았습니다. 택시를 타며 겪었던 일들을 모아 책을 쓰면 한 권은 뚝딱 나오겠더군요.

 특히 카드 결제에 대한 불편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카드로 내겠다고 하자 ‘대한민국에 현금이 다 떨어졌나 보다’는 비아냥을 들었다” “갑자기 결제기기가 고장 났다고 할 땐 할 말을 잃는다”는 푸념이 쏟아졌죠.

 카드 결제 거부를 당하면 다산콜센터(02-120)로 신고하면 됩니다. 한데 홍보가 잘 안 돼 아는 사람이 별로 없지요. 또 안다 해도 번거롭기도 하고 쫀쫀한 것 같기도 해서 신고하는 분들이 별로 없습니다.

 대체, 수수료가 얼마이기에 택시 기사님들이 ‘카드’를 두려워하는 걸까요. 2.4%랍니다. 카드 결제율이 33%나 될 만큼 카드 쓰는 사람은 점점 늘어나고 있어 업계의 부담은 더 커졌죠.

 ‘서울시의 보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건 이 때문입니다. 택시비가 5000원 미만이면 수수료를 0.6%로 낮춰준 것처럼 말이에요. 대중교통 이용만 권할 것이 아니라, 시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거죠.

 참, 여자들(승객) 수다를 들었으니 남자(택시)의 항변을 안 들어볼 수 없겠죠.

 “손님은 뭐랄까, 변덕스러운 여자친구 같은 존재지. 에어컨 틀면 ‘춥다’, 히터 켜면 ‘덥다’…. 빨리 달리면 ‘무섭다’, 천천히 달리면 ‘급해 죽겠다’고 소리 지르고 말이야. 취객은 어떻고. ‘자기 먹고 싶은 거 먹으러 가자’고 해놓고 순댓국밥집 데려가면 토라지는 애인이랄까. 여하간 힘들다, 힘들어.”

임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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