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시리즈] 샌프란시스코 56년 만의 감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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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선수들이 월드시리즈 우승을 확정 지은 뒤 환호하고 있다. [텍사스 로이터=연합뉴스]

2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 알링턴의 레인저스 볼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와 텍사스의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5차전. 0-0이던 7회 초 샌프란시스코 8번 타자 에드거 렌테리아(35)의 3점 홈런이 터지자 대기 타석에 있던 안드레스 토레스(32)가 크게 흥분하며 동료 에런 로완드(33)에게 소리쳤다. “저 양반 나가기 전에 한 방 친다고 하더니 진짜 쳤어.” 로완드는 “와우”라며 탄성만 연발했다.

 샌프란시스코에 56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안긴 홈런이니 그럴 만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날 3-1로 이겨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챔피언의 감격을 맛봤다.

 역시 ‘월드시리즈 사나이’였다. 렌테리아는 이미 극적인 한 방을 날린 경험이 있다. 플로리다의 유망주 시절이던 1997년 클리블랜드와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연장 11회 끝내기 안타를 쳐 팀에 우승을 선사했다. 13년 뒤 은퇴를 바라보는 황혼 녘에 렌테리아는 또다시 팀 우승을 확정 짓는 결승 홈런을 치면서 생애 첫 월드시리즈 MVP(최우수선수)를 수상했다. 5경기에서 17타수 7안타(타율 0.412)·2홈런·6타점을 올리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빅리그 15년차 베테랑 유격수인 렌테리아는 올해 세 번이나 부상자 명단에 오르며 정규시즌에서 72경기밖에 나서지 못했다. 필라델피아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도 16타수 1안타로 부진했다. 그러나 월드시리즈 2차전에 처음 선발 출전해 0-0이던 5회 말 결승 1점 홈런을 치며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최종전이 된 5차전도 렌테리아를 위한 무대였다. 양팀 에이스 팀 린시컴(26·샌프란시스코)과 클리프 리(32·텍사스)가 6회까지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팽팽한 투수전을 펼쳤다. 운명의 7회 초, 1사 2·3루에서 팻 버렐이 삼진을 당하며 렌테리아에게 기회가 왔다. 볼카운트 0-2에서 리의 컷패스트볼이 가운데로 몰리자 렌테리아가 기다렸다는 듯 좌중간 담장 너머로 날렸다.

 샌프란시스코는 7회 말 린시컴이 넬슨 크루즈에게 1점 홈런을 맞았지만 마무리 투수 브라이언 윌슨이 승리를 잘 지켰다. 샌프란시스코는 뉴욕에 연고지를 뒀던 54년 이후 56년 만에 팀 사상 여섯 번째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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