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능력평가기준 로비전?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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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대우건설,삼성건설 등 굴지의 건설업체들이 요즘 시공 능력 평가 기준을 둘러싸고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시공능력 평가란 국내 건설업체들의 공사 능력을 점수로 매겨 건설업계의 ‘서열’을 매기는 것이죠. 평가기준에는 ▶공사실적▶기술력▶재무구조 등이 중요한 잣대로 작용합니다.

과거에는 도급순위였지만 외환위기 이후 건설회사들이 부도를 내는 일이 잦아지자 정부는 재무 및 경영 상태를 평가의 중요한 기준으로 정하면서 시공능력평가란 이름으로 바꿨습니다.

이 기준에 따라 공사를 수주할 상한선(규모)이 정해지므로 건설업체들에는 굉장히 중요한 시험입니다. 수험생으로 친다면 수학능력시험을 매년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이제까지 시공능력 평가는 현대건설이 부동의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대우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뒤를 쫒는 형국입니다. 문제는 내년 7월 발표할 2003년 시공 능력 평가입니다.

우선 대우건설과 삼성물산 등의 주장에 따르면 “현대건설이 올해의 평가 기준을 바꾸려 한다”는 것입니다.

현대건설이 2002년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재무구조가 나빠지면서 시공능력 평가기준에서 불리해진 게 사실입니다. 다른 업체들에 따르면 2002년 평가에서도 일부 규정을 고쳐 현대건설이 1위를 차지했는데 이번에도 재무구조 부문 평가를 없애거나 줄이자고 요구한다는 것이죠.

현대건설 측은 반대로 대우와 삼성이 어차피 따라오지 못하는데 음해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도 양측이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에 알게 모르게 로비를 벌이고 있다는 소문이 업계에 파다합니다.

한쪽은 “평가기준에서 재무상태 부문을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반대편에서는 “현행대로 고수해야 한다”고 내세우고 있습니다.

특히 대우건설과 삼성물산은 현재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내년 평가는 대우건설-삼성물산-현대건설의 순으로 완전히 바뀌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정말 이렇다면 십수년 동안 한 번도 1위자리를 놓지 않았던 현대건설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양측의 신경전이 볼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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