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이슈] 상담교사 "일진들도 정에 굶주린 아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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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3년째 성지중.고에서 상담을 맡고 있는 김혜령(33.여)교사는 11일 "학교폭력에 대한 최선책은 학생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교폭력의 대명사인 '일진'도 따뜻한 말 한마디에 마음이 열리기도 한다"며 "폭력 가해 학생들도 정에 굶주렸을 뿐 똑같은 아이들"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사는 상담심리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내 전공이 가장 절실히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에 이 학교에 지원해 매일 6~10명의 학생을 상담하고 있다.

그는 "폭력 학생의 부모들 가운데에는 생활보호대상자 등 경제적으로 열악한 처지인 경우가 많다"며 "생계에 매달린 부모에 대한 애정 결핍에다 '가난하다'는 열등감까지 가진 학생들이 흔히 폭력으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주변사람들이 관심과 애정을 표현하는 것이 가장 좋은 치유책"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사는 "경찰서에 불려가고 퇴학을 당해도 눈 하나 깜짝 않았다는 학생들도 '춤을 잘 춘다' '만화를 잘 그린다'는 칭찬에 마음을 열기 시작하는 것을 매일 경험한다"며 "학생들에게 '나도 뭔가 잘하는 게 있는 당당한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폭력성이 사라진다는 게 내 지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학생을 개인적으로 불러 학급 분위기나 다른 학생의 학교 생활에 대해 설명하는 자문역을 맡기는 등의 다양한 역할을 주고 그 결과를 칭찬하면 학교 생활에 재미를 붙이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단속과 처벌은 폭력 학생들의 '내성'을 키우는 일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김 교사는 "방황하는 학생들이 자신의 자리를 찾도록 학교와 사회가 사랑을 베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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