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나스닥에 차이나 돌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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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가가만큼 뜨겁길 바란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 ‘르 가가’에 대해 나스닥 밥 매쿠이 부사장이 건넨 덕담이다. 유기농 채소와 과일을 생산하는 르 가가는 이날 주당 9.25달러에 거래를 시작해 21.7% 뛴 11.26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미국 나스닥 증시에 중국 기업 바람이 불고 있다고 CNBC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전했다. 르 가가의 데뷔로 나스닥에 상장된 중국 기업은 156개가 됐다. 외국 기업 중에선 이스라엘 기업을 제치고 1위로 부상했다. 중국 기업이 앞다퉈 나스닥에 몰리는 건 자금 조달이 비교적 쉬워서다. 미국 증시엔 고속성장하는 중국 기업에 관심을 두고 있는 투자자도 많다.

 미국 시장 개척을 위해 나스닥 상장을 택한 기업도 많다. 지난주 상장한 메콕스가 대표적이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메콕스는 온라인을 통해 여성복을 파는 회사다. 한 벌에 10~60달러짜리 옷으로, 주로 젊은 직장여성을 겨냥하고 있다. 매쿠이 부사장은 “나스닥 상장기업이라면 미국 소비자도 믿고 거래한다”며 “상장이 영업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중국 기업 상장이 늘다 보니 각종 기록도 중국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올 들어 나스닥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데뷔한 기업은 중국 ‘하이소프트테크놀로지’다. 정보기술(IT) 외주를 주로 하는 이 회사 주가는 6월 상장 후 170% 뛰었다. 반면 가장 실패한 상장 사례도 중국 기업이다. 민간 기업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풍력발전기 터빈 제조회사인 ‘밍양풍력발전’이다. 2월 상장 이후 주가가 27% 떨어졌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벤처기업을 발굴해 급성장한 나스닥도 유망한 중국 기업 유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심사도 까다롭다. 서류 심사는 물론이고 나스닥 경영진이 직접 중국으로 날아가 경영자 면접도 한다. 매쿠이 부사장은 “미국의 스타벅스나 디렉티비·코스코도 처음엔 벤처기업이었다”며 “앞으로 중국에서도 세계적인 기업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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