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갈등 누그러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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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한나라당 박형준.정병국 의원은 경기도의 한 사찰을 찾았다. 행정도시법 통과에 반발해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한 뒤 잠적한 박세일 의원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당 소속 의원 119명의 서명이 담긴 사퇴 철회 결의문을 박 의원에게 전달했다. 박 의원은 "의원들의 뜻은 알겠다. 좀 더 생각해 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원이 당 의원들의 뜻을 받아들인다면 행정도시법 찬성 당론 결정 이후 촉발된 당 내분이 어느 정도 수습될 가능성이 크다.

11일 치러지는 원내대표 경선도 한나라당 갈등 봉합에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일제히 출마 선언을 한 강재섭.권철현.맹형규 의원 등 3인의 후보는 출사표에서 한결같이 "당을 추스르고 화합을 이끌겠다"고 했다. 원내 전략이나 능력을 내세우기보다 화합형.관리형 원내대표로서 적임자임을 강조한 것이다. 반박(反朴)계로 분류되는 권 의원도 "나는 결코 반박이 아니며 오히려 박 대표와 가장 조화를 잘 이룰 수 있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는 소속 의원들의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부산 출신의 한 의원은 "당의 갈등을 잘 조정할 수 있는 사람이 당선돼 제발 당이 안정을 좀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애초 원내대표 경선에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던 수도 지키기 투쟁위원회(수투위)도 10일 회의를 열어 공동상임대표 7인만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집단적으로 거부할 경우 당 안팎에서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당내에선 경선이 잡음없이 잘 마무리될 경우 당내 반박 세력의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3인의 주자는 10일 막판 득표에 총력을 기울였다. 강재섭 의원 측은 "1차에서 과반을 얻어 당선될 것으로 보인다"며 승리를 자신했다. 권철현 의원 측은 "수투위가 적극 지지해 준다면 1차에서 당선되는 것도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맹형규 의원 측도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급격한 표 결집이 이뤄지고 있다"며 당선을 확신했다.

이가영 기자 <ide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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