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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시장, 보다 과감하게 개방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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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정부가 서비스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세부일정을 확정했다. 금융회계.법률.의료.디자인 등 27개 분야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영리 의료법인 설립 등을 점진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이다. 뒤늦게라도 정부가 방향을 바로잡아 다행이다. 서비스산업은 대폭적인 규제완화와 과감한 대외개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 서비스산업의 고용비중은 65%에 이른다. 첨단화로 치닫는 제조업은 이미 고용유발 효과에서 한계에 부닥쳤다. 일자리 창출이나 내수회복의 해결책을 찾으려면 서비스산업을 키우는 길밖에 대안이 없다.

그동안 국내 서비스산업은 온실 속의 화초였다. 변호사.의사.교사 등의 집단이기주의에 눌려 대외개방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산업의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35%에 지나지 않고, 그마나 서비스산업 생산성은 제조업의 63%에 불과하다. 폐쇄 체제가 허약한 경쟁력을 자초한 셈이다.

서비스산업의 부실로 우리는 이미 사회적 비용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 지난해 유학.의료.관광.골프 등에 쓰인 해외소비성 지출은 120억 달러(약 12조원)에 달했다. 악착같이 수출해서 번 달러가 서비스 쪽에서 뭉칫돈으로 새나간 꼴이다. 이 돈이 국내에 머물렀다면 32만여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났으리란 추산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서비스시장의 규제완화와 과감한 대외개방을 한국에 주문했다. 단순히 경제성장만을 위한 권고가 아니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양질의 서비스가 싼값에 제공되면 결국 국민 전체가 혜택을 누리게 된다.

대외개방에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1990년대 초 가전시장의 빗장이 풀렸지만 삼성전자.LG전자는 결국 세계 최고의 가전업체가 됐다. 97년 유통시장 완전개방 이후 토종 업체들이 외국 업체들을 누르고 중국에까지 역수출하고 있지 않은가. 이해집단의 눈치를 보며 개방에 머뭇거릴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