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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적 '반일'은 도움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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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20대 중반의 학생이다. 군대에 있을 때 쇼트트랙 김동성 선수가 미국 선수에게 금메달을 빼앗겨 온 국민이 분노와 경악을 금치 못했던 일이 있었다.이후 사건만 생기면 미국을 비판하는 소리가 나온다. 솔직히 대학 새내기 때만 해도 미국에 비판적 시각이었다. 그러나 요즘 보수 진영이 주장하듯 '반미'가 아닌 '용미'가 한국의 안보와 동북아의 세력균형을 위해 합리적이란 생각으로 바뀌었다.

일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요즘 반일 분위기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최근 불거진 종군위안부, 역사 왜곡, 독도 문제 등 때문이다. 그렇다곤 하지만 '용미'란 주장이 나왔듯 사회 일각에서 '용일'이란 주장이 나올 법한데 전혀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과거사 문제만 해도 그렇다. 학교 다닐 때 친일문학론을 배운 적이 있다. 당시 교수께선 친일했던 사람들을 찾아 욕하자는 게 아니라 일본이 침략전쟁을 하면서 동원한 대동아공영권 주장을 뛰어넘는 논리를 찾는 게 강의의 목표라고 말하셨다.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는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고 했다. 일본의 잘못을 잊자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듯해 하는 소리다.

김남효.경기도 안산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