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점포 운영 계획이라면 첫 점포부터 성공시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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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국내 자영업 시장에서도 한 명의 점주가 여러 개의 점포를 운영하는 ‘멀티 점포’가 늘고 있다. 한 점포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추가로 점포를 개설해 사업 규모를 늘려나가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이후 고용 불안으로 고학력자들이 대거 점포 창업에 나선 것이 배경이 됐다. 경영 능력을 갖춘 고학력자들이 창업시장에 뛰어들면서 점포 경영에 과학적인 관리기법이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본사의 경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프랜차이즈 창업이 늘면서 매장 관리가 예전보다 쉬워진 점도 이 같은 경향을 뒷받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두 매장에서 성공했다고 무작정 점포 수를 늘렸다가는 실패하기 십상이라고 지적한다. 멀티 점포를 운영할 경우 주의사항을 실제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무작정 여러 곳 개업 땐 감당 못해

서울 지하철 7호선 강남구청역 내에서 베이커리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정승호씨(오른쪽)가 빵을 매장에 진열하고 있다. 정씨는 점포 매니저를 두고 두 개의 베이커리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성공적으로 멀티 점포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우선 첫 점포부터 성공시킨 후 새로운 점포를 내야 한다. 자본이 충분하다고 무작정 여러 점포를 열었다가는 자칫 감당 불능이 되기가 쉽다. 경기도 안양과 안산·금정에서 보쌈전문점 매장 3곳을 운영하는 유지훈(37)씨. 그는 지난 2004년 초 보쌈집을 처음 차린 후 2005년과 2008년에 추가로 매장을 오픈하면서 지금은 연간 1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유씨는 성공 비결에 대해 “한 개 매장을 운영하면서 틈틈이 새로운 자리를 봐뒀다가 자금의 여유가 생기면 인수하는 방식을 사용했다”고 소개했다. 즉 보쌈집 경영 노하우가 충분히 생긴 뒤 추가로 점포를 내 시너지 효과를 올렸다는 얘기다.

 멀티 점포는 가급적 같은 업종으로 하는 것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생소한 업종의 경우 점포 운영에 익숙해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반면 같은 품목이라면 이미 그 업종의 특성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과 장위동에서 레스토랑형 치킨 호프 전문점 매장 두 곳을 운영하고 있는 조영준(31)씨도 같은 업종으로 멀티 점포에 도전한 경우다. 요즘 두 곳의 매장을 합쳐 월평균 1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조씨는 “첫 점포 운영을 통해 자신감이 붙어 두 번째 매장도 같은 업종을 선택했다”면서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고를 때도 같은 브랜드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두 번째 점포의 경우 3개월 만에 하루 100만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점포 운영이 짧은 기간에 안정 궤도에 올랐다.

표준화된 관리 기법을 도입하라

여러 점포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점주가 수시로 왔다 갔다 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게 중요하다. 지하철 7호선 건대입구역 근처에서 빵집을 하는 정승호(35)씨는 추가로 점포를 내면서 같은 7호선의 강남구청역 안에 위치를 잡았다. 정씨는 “지하철을 이용해 매장 두 곳을 하루에 두 번씩 도는 스케줄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전담 매니저가 있지만 주인이 자주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 하루 두 번씩은 꼭 매장에 간다”고 말했다.

 장사가 잘된다고 해서 상권이 겹치는 곳에 같은 아이템으로 점포를 추가로 내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손님이 두 점포로 분산돼 점포당 매출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신림동에서 삼겹살 전문점으로 월 1000만원이 넘는 수입을 올리던 장모(43)씨는 인근에 같은 점포를 추가로 냈다가 6개월 만에 문을 닫아야 했다.

 전문적인 경영 마인드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경기도 수원에서 퓨전 주점을 운영하던 최모(50)씨는 인근 대학가에 첫 번째 점포의 두 배 규모로 문을 열었다가 실패했다. 사업 규모가 커졌음에도 주먹구구식 운영을 계속하다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세종창업연구소 이인호 소장은 “멀티 점포 운영 시 과학적 관리기법을 잘 활용하면 자재 조달이나 인력 관리 등에서 비용을 절감하는 등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다”면서 “독립 창업이라도 표준화된 관리기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글=윤창희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멀티점포 운영하려면…

같은 브랜드 선택해서 잘 아는 지역에 점포 내야

[일러스트=강일구]

한 명의 점주가 여러 개의 점포를 운영하는 ‘멀티 점포’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우선 첫 점포부터 성공시킨 뒤 단계적으로 도전해야 한다. 점포를 운영하다 보면 계절이나 유행 등에 따라 어려운 시기가 닥치기도 하지만 이런 사이클을 몇 차례 겪고 나면 나름의 노하우도 생기게 된다. 매장 운영이나 직원 관리 등에서 충분한 경험을 축적한 후 점포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 좋다.

프랜차이즈에 가입해 멀티점포를 운영할 경우 가급적 동일 브랜드가 좋다. 생소한 업종의 경우 점포 운영에 익숙해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만, 같은 브랜드라면 손님들이 선호하는 메뉴 구성이나 마케팅 포인트 등 어떻게 점포를 운영하면 좋은지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 때문에 큰 시행착오 없이 축적된 노하우를 통해 조기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여러 점포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관리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프랜차이즈 가맹 창업의 경우 식자재 조달, 점포 관리, 마케팅 등에서 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 편리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한 점포에서 충분한 노하우를 쌓았을 경우 독립 창업도 가능하다.

 멀티 점포 운영을 위해서는 점포 사이의 지리적 거리가 매우 중요하다. 주인이 자주 찾을 수 있는 거리와 교통편이 보장돼 있어야 한다. 특히 추가적으로 점포를 개설할 때는 자신이 잘 아는 지역에 점포를 내는 것이 유리하다. 단 근거리 동일 상권에 추가로 점포를 낼 때에는 기존 업종과 겹치지 않는 아이템을 골라야 한다. 비슷한 업종이 너무 가까이 있을 경우 손님이 두 점포로 분산돼 점포당 매출이 떨어질 수 있다.

 멀티 점포는 한 개 점포를 운용할 때와 달리 직원 수도 많아지고, 매출도 커지게 되므로 기업을 경영하는 최고경영자(CEO) 마인드로 무장하고 운영에 임해야 한다. 직원들에게 일정 권한을 주고 자신은 점포 운영을 총괄하는 관리자 마인드가 필요하다.

글=강병오 FC 창업코리아 대표
일러스트=강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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