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오르면 매매값도 오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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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전셋값 상승은 집값 상승의 전조다. 전세가격이 오르면 돈을 더 보태 매매를 선택하는 경향이 생기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최근 상황에 대해선 아직 매매값 대비 전셋값 상승폭이 충분치 않아 매매값을 끌어올릴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전세비율(매매값 대비 전셋값 비율)은 서울과 수도권이 각각 43.0%, 45.0% 정도다.

 국민은행 통계가 시작된 1998년 12월 이후 서울과 수도권에서 전세비율이 가장 낮았던 때는 모두 지난 2009년 1월로 각각 38.2%, 39.8% 수준이다. 현재 전세비율과 비교해 5%포인트 정도밖에는 차이가 안 난다. 반면 IMF외환위기로 매매값이 많이 떨어지고 전세수요가 많았던 2000~2002년 당시 서울과 수도권의 전세비율은 70%에 육박하기도 했다.

그 이후 2005년 전후로 50%대로 떨어졌고 현재까지 전세비율은 40% 초반에서 낮게 유지되고 있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지난 10년간 매매값 상승이 지속됐기 때문에 전세비율은 낮게 유지됐다”며 “하지만 앞으로 매매값이 좀 더 하락할 가능성이 큰 반면 전세가격은 오를 전망이므로 전세비율은 한동안 계속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당장은 전셋값 상승이 매매값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대세다. 지난 15일 열린 금융협의회에 참석한 국내 은행장들은 “전셋값 상승이 집값 상승으로 반드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주택 매매가격 전망의 불확실성이 높은 점, 매매값 대비 전셋값 비율이 과거에 비해 아직 낮은 수준인 점 등 때문이다”고 말했다.

 전세비율이 어느 정도까지 높아지면 매매값에 영향을 미칠까. 건설산업전략연구소는 50% 이상이면 매매값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2005년 전셋값 상승의 영향으로 매매가격이 오를 때 전세비율이 48% 수준이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 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전세비율만 놓고 볼 때 현재 수준에서 15% 정도 전셋값이 더 오르거나 10% 정도 매매값이 더 떨어지면 집값이 반등하는 여건이 마련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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