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타 후 150만원 갈취하고…"째려봤다" 때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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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이 학교 선배들에게 150만원이나 빼앗겼답니다."

7일 오전 강원도의 한 경찰지구대. 고교 2학년이 된 A군의 어머니는 아들의 손을 잡고 경찰관에게 이렇게 호소했다. 새 학기가 시작된 지난 2일 학교 근처 놀이터에서 같은 학교 선배들에게 주먹과 발로 구타당하고 돈도 뜯겼다는 것이다. A군의 어머니는 "아들이 지난해 12월 이후 수차례에 걸쳐 학교 선배들에게 150만원을 송금해 준 것을 알게 돼 경찰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송금 사실을 확인하고 가해 학생들을 상대로 조사 중이다.

지난 4일 정부가 학교폭력과의 전면전을 선포한 이후 피해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조심스러운'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7일 현재 전국 경찰에 신고된 학교폭력 사건은 10여 건. 피해 학생들이 보복을 두려워해 신고를 꺼리고 있는 것 같다고 경찰은 분석하고 있다. 아직 가해 학생의 자진신고는 없다.

경찰청은 "가해 학생이 자진신고하면 최대한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도록 선처할 계획"이라며 "그러나 피해 학생의 신고로 가해자가 적발되면 피해 정도에 따라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남 장성에서는 고교 2학년생 7명이 1학년생 10명을 집단구타한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광주광역시에서는 횡단보도에서 '째려 봤다'는 이유로 선배들에게 뺨을 맞은 중3 학생의 112 신고가 있었다.

지난 5일엔 전남 지역의 여고 1학년생 B양(16)이 지난해 선배 3명에게 5~6회 구타당했다며 경찰 지구대에 직접 신고했다. B양은 "선배들의 처벌을 원하지는 않는다"며 "다음에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신고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B양의 선배들을 학교 생활지도 교사에게 통보했다. 서울.부산 등에서도 1~2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다음달 30일까지를 '학교폭력 자진신고 기간'으로 정하고 피해자와 가해자의 신고를 받고 있다. 신고는 인터넷의 사이버경찰청 및 일선 경찰서 인터넷 홈페이지의 학교폭력 신고센터를 통하면 된다. 112 신고를 통해서도 가능하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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