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의 정치Q] '여성의 전화' 핵심 인물 3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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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전화'는 한국의 대표적인 여성인권운동단체다. 전국에 25개 지부와 1개 지회가 있다. 폭력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하고 성(性) 평등을 추구하는 것이 주요 목표다.

이 단체에 재미있는 사연 하나가 숨어 있다. 핵심 인사 3명의 남편이 여야 3당의 국회의원이다. 박인혜 상임대표는 열린우리당 이호웅 의원의 부인이고 한우섭 공동대표의 남편은 한나라당 박계동 의원이다. 최근까지 조직위원장을 맡았던 김지선 서울지부 부회장은 민노당 노회찬 의원의 아내다.

현 정권의 중심 인사들이 엮어진 인연처럼 이들 여성의 관계도 민주화.노동운동으로 맺어졌다. 지역적으로는 대표적 서민 지대인 경인전철 철로변을 따라 연결됐다. 1980년대 중반 부천.역곡.송내.인천 등지에는 형편이 어려운 운동권 출신 부부들이 버섯처럼 모여 살았다. 이호웅.박계동 의원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절친한 운동가그룹이며 3명의 부인은 잘 어울렸다. 여성노동자 출신으로 인천여성노동자회장을 지낸 김지선씨는 훗날 인연이 형성됐다.

한우섭씨는 여성의전화 창립(83년)멤버이고 후에 박인혜씨와 김지선씨가 차례 차례 합류했다. 이들 3명이 여성의전화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보고 주변에선 "남편들 정치도 이렇게 화합형이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하곤 한다. 그러나 이들은 "남편들과 우리를 연결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다. 여성운동은 정치적으로 중립이어야 하는데 국회의원 남편의 존재가 부담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실 여성운동계에서는 지도급 인사의 남편이 특정정당의 의원일 때, 운동단체에 영향이 없느냐는 문제에 관해 적잖은 논란이 있어 왔다. 예를 들어 여성민우회에서는 3년간 공동대표를 맡아온 윤정숙씨가 지난 1월 말 대표직 재출마를 포기했다. 남편인 노동운동가 출신 이목희씨가 지난해 4월 열린우리당 의원으로 당선됐기 때문이다.

여성의전화에서도 토론이 많았다. 그러나 부인들이 남편의 정당활동을 위해 단체를 이용하거나 남편을 지원하는 활동을 무리하게만 하지 않는다면 문제될 것이 없는 걸로 정리됐다. 박인혜 대표는 선거 때만 남편을 도와주고 평상시엔 남편의 지역구 활동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한다.

여성의전화 사람들은 대체로 열린우리당과 민노당을 지지하는 성향이다. 한나라당 의원을 남편으로 두고 있는 한우섭 공동대표 앞에서도 한나라당을 꾸짖는 얘기가 거침없이 나온다고 한다. 한 대표는 물론 이런 분위기에 아무런 불만이 없다.

김진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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