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고 지원, 내신 상위 30% 제한은 잘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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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자율형 사립고(자율고)의 신입생 지원 자격을 중학교 성적 30% 이내로 제한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취지의 법원 결정이 나왔다.

 광주지법 민사10부(선재성 부장판사)는 25일 광주 모 중학교 3학년 김모(15)군의 부모가 보문고 재단인 학교법인 보문학숙을 상대로 낸 신입생 모집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에서 “석차 백분율이 42.8%인 김군에게도 보문고 지원 자격이 있다”며 원고 측 신청을 받아들였다.

 보문고는 내년도 신입생 지원 자격을 석차 백분율 상위 30% 이내로 제한했다. 이에 김군의 부모는 “자율고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규칙(제3조)에는 필기고사나 교과지식 측정을 목적으로 한 입학 전형을 실시할 수 없도록 했다”며 가처분을 신청했다.

 보문고가 일반전형에서 석차백분율 상위 30% 이내인 자로 지원 자격을 제한한 게 이 조항을 위배했다는 이유에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6월 1일 ‘자율형 사립고 지정 협의에 관한 훈령’을 시·도교육청에 내려 입학 전형은 교과성적으로 정원의 5배수를 선발한 뒤 추첨하도록 했다. 이 기준에 따라 서울 소재 학교는 상위 50% 이내, 다른 시·도는 상위 30% 이내에 든 경우로 신입생 지원자격을 제한하고 있다.

 재판부는 “자율고 설립 목적에 따라 ‘자기 주도형 학습능력이 있는 학생을 선발한다’는 취지에서 일정한 제한을 하는 것은 인정되지만 상위 30%로 제한하는 것은 타당성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성적이 50%를 벗어날 경우 자기주도 학습능력에 차이가 난다고 볼 여지는 있다”며 “국어·영어·수학 등 기초 과목이 아닌 다른 과목에서 뛰어난 성적을 낼 수도 있는데 전 과목을 하나로 묶어 평가하는 것도 합리적 근거가 약하다”고 덧붙였다. 상위 30% 이내 학생에게만 입학자격을 주는 것은 특별히 우수한 학생만 우대하는 것이어서 평등 원칙에 어긋난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이상갑 변호사는 “법원의 이번 결정에 따라 대구(중학교 졸업성적 상위 30%)와 부산(교과성적 산출점수 320점 이상) 지역도 전형기준을 바꿔야 할 것”이라며 “원서접수가 끝난 지역의 경우 추가 모집을 하는 등 많은 학생에게 지원 자격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유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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