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서관장에게 듣는 독서교육 노하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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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계절이다. 자녀에게 어떤 책을 읽힐까 고민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하지만 대다수의 부모들이 아이에게 책 읽는 법을 ‘가르치려’다 실패한다. ‘책 읽히기’보다 ‘책 읽는 습관들이기’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한 탓이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이숙현 관장과 송파어린이도서관 최진봉 관장은 “독서습관을 몸에 배게 해주는 것이 독서교육의 첫 단계”라고 입을 모았다.

책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서 벗어나야

올바른 독서습관을 갖게 되는 기본원칙은 독서를 즐겁다고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책을 많이 읽어도 재미있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강요로 읽기 때문이다. 최 관장은 “부모가 추천 도서목록에 있는 책을 순서대로 읽히고 독후감을 쓰게 하면 자기주도적인 독서능력을 기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강요에 지친 아이들은 결국 책 읽기를 거부하게 된다. 이 관장도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다”며 “독서 욕구를 자극하는 환경을 만드는데 주력하라”고 조언했다.

아이 주변을 책으로 채워주면 독서 의욕을 고취시키는데 효과적이다. 책을 책꽂이에 얌전히 꽂아두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아이의 시선이 잘 닿는 곳에, 흥미를 느낄 만한책의 그림이 보이도록 펼쳐놓아야 한다. 책으로 둘러싸인 환경을 만들어줬는데도 아이가 책에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면 책으로 함께 놀아보자. ‘책으로 집 짓기 놀이’ ‘책 찾기 놀이’ ‘책 꽂기 놀이’ 등을 해보면 아이들이 즐거워하게 된다. 최 관장은 “아이들은 놀이를 하면서 어디에 무슨 책이 꽂혀 있는지 눈과 가슴에 새겨 놓는다”며 “아이에게 책과 친해질 수 있는 자유를 주라”고 강조했다.

부모가 먼저 독서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 서점이나 도서관처럼 여럿이 모여 함께 책을 읽는 장소에 자주 데려 가는 것도 좋다.

특히 어린이도서관에서 또래끼리 어울려 책을 읽으면, 같은 내용도 훨씬 흥미롭게 느낄 수 있어 독서 습관을 들이기 수월하다. 이관장은 “어린이 도서관에는 다채로운 문화 행사 프로그램과 독후활동 수업이 마련돼 있다”며 “도서관 홈페이지를 방문해 수시로 일정을 확인하라”고 조언했다.

연령대별로 수준에 맞는 책 읽기

연령대별로 적절한 독서목록을 정해 자녀의 발달 단계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는 것도 중요하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홈페이지(www.nlcy.go.kr)를 방문하면 연령별 추천 도서목록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초등 저학년은 도덕성에 대한 개념이 생기고 현실적인 대상에 흥미를 느끼는 시기다. 권선징악이 뚜렷한 동화나 특정 대상에 대한 지식정보를 담은 그림사전을 읽히는 것이 효과적이다. 다양한 배경지식과 어휘력을 쌓아가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므로, 한 권의 책을 깊게 보는 것보다 폭넓은 독서를 하는 것이 현명하다.

초등 3~4학년이 되면 독해가 가능해진다. 의미 중심의 글을 읽기 시작하는 시기이므로 다독에서 정독으로 넘어가는 훈련이 필수다.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을 꼼꼼히, 끝까지 읽는 습관을 들이는데 신경을 써야 한다. 최 관장은 “이 시기에 독서습관을 제대로 들이지 않으면 그림 위주의 책만 읽게 된다”며 “동화나 쉬운 정보 책을 읽도록 유도해 정독하는 법을 깨우치게 하라”고 주문했다. 단,만화책을 읽는다고 윽박지르거나 읽은 내용을 매번 확인하려 들면 안 된다.

초등 고학년은 논리적 사고가 생기는 시기다. 다양한 매체를 접하며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려는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한 권을 완전히 읽고 사고의 폭을 확장시키는 연습을 해야 한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또래 친구들과 함께 책 내용을 토론해보거나 스스로 감상문을 적어보게 하는 등의 독후활동을 해보는 것도 좋다.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가능한 시기이므로 책 내용을 근거로 자기주장을 펼쳐보는 글을 써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아이들의 독서능력은 개인차가 있다. 아이의 수준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취향에 맞는 책을 함께 읽어야 독서에 흥미를 붙일 수 있다. 지능 발달은 독서의 부수적 효과에 불과하다. 책을 읽는 근본적인 이유는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고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나가는 것이다.

이 관장은 “아이 스스로 책을 선택할 수 있게 격려해주되, 수준보다 어려운 책을 골랐을 때는 내용과 관련된 체험을 병행해 이해를 도우라”고 조언했다.

[사진설명]이숙현 관장은 “도서관이나 서점 등에 자주 데려가면 독서습관을 들이는데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 송보명 기자 sweetycarol@joongang.co.kr / 사진=김진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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