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고인민회의 돌연 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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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9일 평양에서 열려던 최고인민회의 11기 3차 회의를 돌연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정기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 일정이 미뤄진 것은 1948년 북한 정권 수립 이후 처음이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4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의 이런 결정을 일제히 보도하고 "사회주의 건설의 모든 전선에 있는 대의원들의 제의에 따라 회의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또 "회의 날짜는 따로 결정하여 공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관계자는 "초유의 사태라 정보를 분석 중이지만 딱히 짚이는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연기 조치가 무엇보다 지난달 10일 핵무기 보유 및 6자회담 불참 선언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조심스레 관측한다. 지난달 7일 개최 공고 후 상황변화로 '회의보다 건설장에서의 투쟁이 중요하다'는 논리가 내부에서 힘을 얻었다는 얘기다. 주민을 결속하려는 내부 긴장 조성책이란 견해도 있다.

둘째는 권력 체제 이상설이다. 핵심 정치일정을 급작스레 연기하는 건 심상치 않은 징후란 주장이다. 그러나 관계 당국은 북한방송이 지난달 28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국립교향악단 연주회 참석을 보도하는 등 김 위원장의 신변에는 이상이 없다고 말했다.

셋째는 회의에서 다뤄야 할 예산결산이나 인사.조직 문제가 미처 마무리되지 못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북한 체제의 특성상 기술적 문제로 회의 자체를 미루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일각에서는 폭설이나 숙박시설 부족 등의 요인으로 700명 가까운 대의원을 평양에 집결시키는 데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자는 "이상 징후로 해석될 부담까지 안으며 회의를 연기한 배경을 북한이 조만간 중국 등에 외교 채널로 설명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영종.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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