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허리케인이 신의 처벌이라고 ? 아직도 우리 곁을 맴도는 원시 논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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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양복을 입은 원시인
 행크 데이비스 지음
김소희 옮김, 지와 사랑
362쪽, 1만4000원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과 비슷한 컨셉의 책이다. 사이비 과학과 초과학적 믿음이 판치는 세태를 비판하고 과학의 가치를 역설했다는 점이 그렇다. 사례 소개와 비판에 역점을 둔 세이건의 저작과 달리 심리학자가 진화심리학에 바탕을 두고 비과학적 논리가 득세하는 원인 규명에 초점을 맞췄다는 특색이 있다.

 지은이의 핵심 논지는 10만 년 전 홍적세 시기에 등장한 인간의 조상이 지녔던 ‘마음’이 21세기 인류에게도 남아있다는 것이다. 어지러운 현상에서 규칙을 찾아내는 ‘패턴 찾기’나 단편적인 정보에서 결론을 끌어내는 ‘인지적 지름길’ 같은 기능이 그렇다. 이는 우리 조상들이 살아남을 확률을 높였다. 예컨대 숲에서 이상한 물체를 보았을 때 위험을 예측하고 피하는 데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기능은 잘못 작동할 가능성도 크다. 과도한 인과관계 탐구 오류가 그런 예다. 야구 선수나 감독이 수염을 깎지 않거나 행운의 양말을 신는 것과 팀의 연승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런데도 이런 믿음이 행해지는 것은 ‘자신이 유발한 사건’과 ‘자신의 행동과 상관없이 일어난 사건’을 구분하지 못한 탓이다. 또 하나.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행동이 이런 인과관계를 만들어냈다고 믿는 오류가 있다. 이로 인해 우리는 초월적· 영적 존재를 믿고, 기대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원시 논리(caveman logic)가 그런 조상의 후손인 현대인에게도 유전됐다는 사실이다. 이런 ‘마음’이 맹목적 믿음과 비이성을 불러오고 그것이 외국인 혐오증, 전쟁, 테러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피해를 입은 뉴올리언스를 두고 미국의 일부 언론과 종교인들이 “악의 도시가 신의 처벌을 받은 것”이라 평한 것이 과학적인 근거가 있을까. 실제 뉴올리언스의 환락가는 카트리나의 피해를 거의 받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슬람 근본주의자로 알려진 오사마 빈 라덴과 신이 자신이 대통령이 되기를 원했다고 생각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같은 ‘영적’인 사람들이 전쟁의 주역이 된 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 종교마다 서로 다른 창조 신화를 가지고 있는 것은 또 어떤가. 어느 것이 진실인가.

 지은이는 이같은 비이성과 도그마를 벗어나려면 회의주의를 배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종교조직은 대개 신도들에게 의심을 하라고 장려하지는 않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계속 질문을 던져라. 그렇지 않으면 종교가 될 것이다”란 코미디언의 말을 들려준다.

 베스트셀러 『시크릿』의 독자들은 화가 날지 모르니 감안해 읽어야 한다. 우리의 생각이 우주의 분자 구조를 실제로 바꾼다는 주장을 펼치는 그 책을 지은이는 ‘영적 정크푸드’라 불렀다.

김성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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