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의 소곤소곤 연예가] 아나운서 이지연, 아버지 울린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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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다년간 결혼식에 참석한 노하우로 비춰볼 때, 과연 오늘 신부가 울 것인가 울지 않을 것인가는 청첩장에서부터 감이 온다. 이제 갓 한 달 된 새 신부 아나운서 이지연의 결혼식에서도 어김없이 적중 100% 예감은 발동했다. 서글서글 큰 눈의 그녀. 분명 그렁그렁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릴 것이라는 것에 한 표!

"눈물이요? 흘리긴 흘렸죠. 근데 제가 아니라 저희 친정아버지와 신랑이 울었어요. 그것도 펑펑."

그녀가 두 남자의 눈물을 쏙 뺀 사연은 대략 이렇다.

꼬박 10년의 연애를 했던 그녀는 그간의 러브스토리를 영상편지로 담아 결혼식 오프닝 이벤트로 상영했다. 이 깜짝 선물에 감동받은 신랑은 눈물을 왈칵 쏟아냈고, 아버지이자 MC 선배인 이상벽도 꾹꾹 참았던 눈물을 봇물처럼 터뜨렸다.

"신랑은 그렇다 치더라도 아버지가 우실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사실, 결혼식 전날 밤 아버지가 가족 모두를 긴급 소집했거든요. 맥주 한잔 기울이며 다짐하셨죠. 결혼식 날엔 절대로 아무도 울지 말자고. 좋은 날 눈물 흘리면 괜히 사연 있어 보인다고. 그랬던 아버지가 글쎄 가족 중에서 제일 먼저 눈물을 흘리셨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저 시집 보내서 서운한 게 아니라 꿈 때문이었다나요."

하나밖에 없는 금지옥엽 딸의 결혼식 날짜가 다가오자 아버지 이상벽은 일주일 전부터 매일 밤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잠시 눈을 붙이기라도 하면 하객이 단 한 명도 없는 텅 빈 결혼식장에 덩그러니 혼자만 남겨져 있는 악몽을 꿨다. 부녀의 직업 특성상 바쁜 연예인 손님들이 대부분이라 의외로 손님이 없을 수도 있는 상황이지 않은가.

드디어 결혼식 당일, 꿈은 현실의 반대라는 말처럼 무려 2000명이 넘는 하객이 밀려들었다. 이 어찌 고맙고 기쁜 감동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 것인가?

"그날 아버지 눈물을 너무 닦아 드리고 싶었는데 이미 제 손은 신랑에게 건네진 후여서 아쉽게도 등 뒤에서 어깨 들썩이시는 모습을 느낄 수밖에 없었어요. 세상 어떤 보석보다 더 빛이 났던 아버지와 신랑, 두 남자의 눈물은 제겐 평생 잊지 못할 귀한 결혼 선물이었답니다."

이현주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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