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서식지 천연기념물 지정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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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국내 최대의 철새도래지인 충남 서산시 천수만 서산간척지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는 문제를 놓고 농경지 주인과 환경단체간의 입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문화재청은 천수만 서산간척지와 금강하구 등 전국 주요 철새도래지를 체계적으로 보존 관리하기 위해 천연기념물로 지정키로 하고 조만간 철새도래지에서 서식하는 철새의 종류와 개체수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 밀렵행위 등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고 철새 서식에 악영향을 주는 행위가 일절 금지된다.

이에 따라 일부 땅주인들이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은 각종 불이익이 우려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신모(42.부석면 강당리)씨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 영농시 농약살포 등이 규제되고 각종 개발사업도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토지소유주에 대한 보상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서산간척지 인근 공군비행장도 "활주로에서 불과 2~3㎞ 떨어진 간척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 각종 철새가 크게 늘어나 전투기 추락사고 등 부작용이 많을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보였다.

반면 환경단체는 "철새보호를 위해 꼭 필요하다"며 천연기념물 지정 방침을 반기고 있다.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서산간척지가 1년전 지역주민에게 매각된 이후 농약과다 살포와 일반인이 자주 찾는 바람에 이곳을 찾는 철새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며 "철새가 편안하게 놀다 갈 수 있도록 서산간척지를 천연기념물로 지정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주민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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