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난민, 미국 망명 허용…한국 정부와 협의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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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는 "북한 난민(탈북자)들의 미국 망명 신청을 허용하기 위해 한국 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26일 밝혔다.

미 국무부는 이날 콘돌리자 라이스 장관 명의로 하원 외교위에 제출한 첫 탈북자 보고서에서 "미국 정부는 북한 난민들이 강제 송환됐을 때 당하는 고문과 살해 등에 대해 큰 우려를 표시해 왔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북한 인권법이 통과된 이후 국무부는 국토안보부, 한국 정부와 함께 북한 난민의 미국 정착 방안을 논의해 왔다"면서 "미국 대표단이 1월 31일부터 2월 4일까지 이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서울과 베이징(北京)을 방문했었다"고 공개했다.

이와 관련, 국무부 관계자는 "지난해 한국이 받아들인 탈북자 1800명의 10% 정도를 미국이 수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북한 난민들이 (망명을 위해) 미국 외교시설에 무단진입하는 것은 보안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해당 난민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의회를 통과한 북한 인권법이 6개월 이내에 북한의 인권 상황과 북한 난민 실태를 의회에 보고토록 규정한 데 따라 나온 것이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뉴스분석] "누굴 받느냐" 선별이 문제

미 국무부의 보고서는 북한 탈북자들의 미국 망명 허용이 머잖아 구체화할 것임을 보여준다. 가장 큰 과제는 '누구를 받아들이느냐'는 것이다. 국무부는 추상적 기준만 밝혔다. '한국이나 다른 나라보다 미국에 정착하는 게 더 나은 북한 난민'이다. 따라서 선별 작업은 한국 정부와 협의가 불가피하다는 게 국무부의 입장이다. 미국 망명을 신청한 탈북자가 북한의 공작원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인권 문제는 6자회담 등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이 탈북자 망명을 허용할 경우 이를 적대 정책으로 받아들일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앞서 북한은 미국이 추진하는 북한 인권법에 대해 북한의 정권교체를 꾀하는 적대정책이라고 강하고 비난해 왔다. 6자회담 재개의 또 다른 장애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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