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공시지가는 올리고 거래세는 안 내리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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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전국 공시지가가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보다 26.25%나 높아졌다. 가장 많이 올랐던 지난해 상승률 19.56%보다 더 높다. 지난해 땅값이 평균 6%쯤 오른 데다 공시지가의 시세반영률이 지난해 76%에서 91%로 크게 높아진 것이 주된 원인이다.

각종 세금의 부과기준이 되는 공시지가가 시세에 맞춰 현실화되는 것은 바람직하다. 부동산 투기를 막는 효과도 있지만 그동안 왜곡된 부동산 거래를 투명화하고, 지역 간 불균형을 바로잡는다는 면에서도 공시지가의 현실화는 꼭 필요한 일이다. 문제는 공시지가의 현실화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이다. 특히 내년부터는 실제 거래가격을 그대로 신고해야 한다. 과세가격의 현실화율이 100%로 높아진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당장 부동산 관련 세금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 보유세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양도소득세와 취득.등록세 등 거래세도 크게 늘어나게 돼 있다.

우리는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추는 방향으로 부동산 세제를 개편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을 지지해 왔다. 그러나 부동산에 대한 과세 기준시가가 올라 보유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는 데 비해 거래세의 인하폭은 너무 인색했다. 취득세는 그대로 두고 등록세율만 소폭 낮췄을 뿐이다. 이렇게 되면 부동산을 가지고 있기도, 내다 팔기도 어려워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 파장은 부동산 거래의 위축으로 나타난다. 보유세금이 무서워 부동산을 팔고 싶어도 거래세가 높아 팔 수 없는 상황이 올 경우 피해자는 선의의 부동산 보유자들이다. 지금 같은 세제 하에서 공시지가의 상승은 부동산 보유에 대한 징벌일 뿐이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부동산은 여전히 중요한 자산이고, 경제활동의 핵심적인 요소다. 이런 식이라면 부동산 투기를 막는 데서 얻는 긍정적 효과보다 더 큰 해악을 불러올 수도 있다. 정부와 국회는 거래세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빨리 세제를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