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필리핀 전후보상 때 '8억달러' 요구 전격수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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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아시아 5개국과 제2차 세계대전 배상문제를 협상하면서 8억달러를 요구하는 필리핀의 요구를 전격 수용했었다고 25일 일본 언론들이 전날 공개된 외무성 문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1955년 하토야마 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는 필리핀 협상단의 수석 대표가 본국과의 협의도 없이 독자적으로 제시한 8억달러(무상지원 5억5000만달러, 상업차관 2억5000만달러) 배상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는 '배상 한도는 5억달러'라며 수년간 협상을 끌어오던 일본의 기존 입장과는 크게 다른 것이었다.

일본 언론들은 당시 일본 정부가 국내 경제 부흥을 위해 필리핀을 동남아 시장 진출의 발판으로 삼을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필리핀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같은 액수는 협상 중에 있었던 아시아 5개국 중 최고액의 배상이었다. 일본은 41년 진주만 기습과 동시에 미국 통치 하에 있던 필리핀을 공격해 42년 5월부터 종전 때까지 필리핀을 점령했다.

한편 일본은 62년 한국과는 무상 3억달러, 정부차관 2억달러, 민간차관 1억달러 이상에 합의했었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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