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의 희망으로 빛나던 눈망울들 … 그들은 처음 가족 안부부터 묻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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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부 구조 작전을 이끈 구조대장 마누엘 곤살레스(왼쪽)가 14일(현지시간) 코피아포시의 병원을 찾아 광부 파블로 로자스와 이야기하고 있다. [코피아포 로이터=연합뉴스]


“갱도에 내려가 처음으로 광부들을 만났을 때 이들은 오히려 가족들의 안부를 걱정했습니다.”

 칠레 코피아포시의 산호세 광산에서 69일 동안 갇혀 있던 광부 33명을 구출하는 데 큰 역할을 한 마누엘 곤살레스 구조대장. 그는 13일 자정 가장 먼저 구조 캡슐을 타고 갱도 속으로 내려갔다.

 갱 속에서 구조 현장을 진두지휘한 그는 22시간37분 만에 모든 광부가 구조된 후 마지막으로 지상으로 올라왔다. 구조 캡슐의 처음이자 마지막 탑승자였던 셈이다. 그가 지상으로 올라오자 생환 광부들보다 더 큰 박수가 쏟아졌다. 시종 웃음이 떠나지 않은 그는 “정말 내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며 당시의 소회를 털어놨다.

 -어느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나.

 “처음 지하에 내려갔을 당시 가족과 재회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빛나던 눈망울을 절대 잊을 수 없다. 나 역시 가장이어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나도 이제 기다리던 가족과 함께 편히 잠을 잘 수 있게 됐다.”

 -광부들을 모두 올려보낸 후 혼자 남았을 때의 심경은.

 “내가 갱 속으로 갈 거란 얘기를 듣고선 ‘살아 돌아오지 않으면 가만 두지 않겠다’는 아내의 협박 때문에 꼭 살아 돌아와야 했다.(웃음) 사실 무섭지 않았다. 우리의 실력을 믿었다. 또 한국 등 전 세계와 칠레 국민이 성원하며 지켜보고 있어 든든했다.”

 -구조 공법을 설명해 달라.

 “ 700m가 넘는 곳을 수직으로 뚫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고 힘든 일이다. 지반이 무너지지 않도록 나무 등의 구조물로 떠받치는 작업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모두의 인내가 없었다면 힘들었을 작업이었다.”

코피아포(칠레)=장연화 LA지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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