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왜 유럽 마음 제대로 못잡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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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유럽을 순방 중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열심히 화해의 몸짓을 하고 있지만 마음을 붙잡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말로는 공조를 외치면서도 본론에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양보에 인색하기 때문"이라고 뉴욕 타임스가 23일 분석했다. 대표적인 것이 이란 핵문제에 대한 입장차다.

이란과 핵폐기 문제를 협상 중인 영국.프랑스.독일은 "미국이 직접 협상에 나서야 사태가 해결될 수 있다"는 데 의견이 일치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란과의 직접대화를 기피하고 있다. 영국.프랑스.독일은 이란의 핵폐기를 유도하려면 미국이 정치.경제적 인센티브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이것도 묵살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22일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와 회담한 뒤에도 기존 입장을 바꿀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기자회견에서 "이란 핵문제에서 상황 진전이 없는 데 대한 책임은 (미국이 아니라) 이란에 있다"며 이란과 직접 대화할 의사가 없다고 밝힌 것이다. "인센티브를 약속해줘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부시 대통령은 즉답을 피했다. "미국과 유럽은 이란 문제에서 하나가 될 것"이라고만 강조했다.

신문은 "유럽 순방을 중간 결산한 결과 부시 대통령은 유럽이 원하는 것을 결코 줄 뜻이 없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부시 대통령이 이란과의 직접대화를 굳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유일 초강대국 미국이 (이란 같은) 불량국가와 나란히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 자체가 (이란의)나쁜 행동에 보상을 해주는 것이라는 논리다. 미국이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 직접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잘못된 행동에는 보상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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