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S] 몸 만들며 칼 갈아온 비룡이냐…산 넘고 물 건너온 사자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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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와 삼성의 2010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15일 오후 6시 인천 문학구장에서 개막한다.

 양팀이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팀은 2003년 준플레이오프에서 딱 한 차례 포스트시즌 대결을 펼쳐 SK가 2승무패로 승리했다. 2005·2006년 우승팀 삼성과 2007·2008년 챔피언 SK의 맞대결은 2000년대 후반 이후 프로야구의 왕중왕을 가린다는 점에서 팬들의 흥미를 부추기고 있다. 15~16일 열리는 1, 2차전의 입장권(각 2만8000장)은 14일 오후 인터넷 예매 시작 4분 만에 매진됐다.

 ◆에이스 vs 4선발=7전4선승제 시리즈의 향방을 가늠할 1차전에 양팀은 각각 김광현(SK)과 레딩(삼성)을 선발투수로 내세운다.

한국시리즈 1차전은 선발투수로 나서는 SK 김광현(왼쪽)과 삼성 레딩의 맞대결에 관심이 쏠려 있다. 에이스 김광현은 정규시즌 삼성전에서 4승1패로 강했고, 4선발 레딩은 SK전에 등판한 적 이 없다. [중앙포토]

 

김광현은 올 시즌 17승으로 다승왕에 오르며 SK의 명실상부한 에이스로 활약했다. 올 정규시즌 삼성전에서도 4승1패로 강했다. 지난해 손등 부상으로 가을잔치에 나서지 못해 팀의 준우승을 지켜봐야 했던 그는 올해는 정규시즌 종료 뒤 충분한 휴식을 통해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렸다.

 삼성은 차우찬과 배영수·장원삼이 두산과의 플레이오프(PO)에서 최종 5차전까지 등판한 탓에 제4선발인 레딩에게 중책을 맡겼다. 올 8월 대체 외국인 선수로 뒤늦게 삼성 유니폼을 입은 레딩은 PO 4차전에 선발로 나와 4이닝을 2점으로 막았다. 정규시즌 SK전에는 등판 경험이 없다. 생소한 투수들에게 종종 약점을 보이곤 했던 SK 타자들이 레딩을 어떻게 공략해 낼지 관심사다.

 ◆삼성 ‘PO 접전’의 득실은=SK와 삼성은 올 시즌 팀 평균자책점에서 나란히 1, 2위에 오르며 철벽 마운드를 자랑했다. 선발진은 김광현과 카도쿠라 등이 이끄는 SK가 다소 우세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올 준PO와 PO에서 드러났듯 단기전의 특성상 불펜투수진의 활약이 승패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승부의 변수는 선수들의 체력이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SK가 20일 가까이 쉬며 컨디션을 조절한 반면 삼성은 PO에서 최종전까지 치르느라 체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그러나 실전 감각에서는 SK보다 삼성이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선동열 삼성 감독은 14일 인천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PO를 치르면서 팀이 조금씩 좋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분위기도 좋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부상에서 벗어나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된 삼성 투수 오승환이 옛 구위를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을지도 관심을 모은다.

 ◆‘양준혁’ 둘러싸고 신경전=이날 미디어데이 행사에서는 엔트리에서 빠진 삼성 양준혁이 경기 중 더그아웃에 앉아 있는 것과 관련해 양팀 감독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선동열 감독은 “양준혁이 팀 맏형으로서 선수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있다. PO때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계속 데리고 다닐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성근 SK 감독은 “어려운 문제다. 원리원칙에 어긋나면 안 된다. 양준혁, 선 감독과 허물은 없지만 뭔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본다”고 밝혔다. 대회 규칙에는 엔트리에 포함된 코칭스태프와 선수 26명만이 경기 중 더그아웃에 들어갈 수 있도록 돼 있다. 삼성은 결국 한국시리즈에서 양준혁을 벤치에 앉히지 않기로 결정했다.

  신화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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