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 자살관련 안타까운 뒷얘기들 쏟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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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이은주의 자살이 많은 뒷얘기를 쏟아내고 있다. 출연 작품과 자살의 관련성을 지적하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자살 날짜에 대한 추론도 등장했다.

○…이은주가 남긴 유서 속에 등장하는 '언니'가 누구일까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은주는 모두 다섯장으로 쓰여진 유서에서 "마지막 통화 언니… 꼭 오늘이어야만 한다고 했던 사람. 고마웠어-"라는 말을 남기고 있다.

경찰은 이은주의 사망을 일단 단순 자살 사건으로 보고 비슷한 사건에 준해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즉 그녀가 마지막으로 누구와 통화했는지, 통화 내용 중에 자살을 방조한 사실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추가로 수사를 진행하지 않을 방침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마지막 통화자와 22일을 자살 날짜로 택한 이유는 이은주의 사망 원인을 밝히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현 상황에서는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유서에서 언급된 '언니'는 연예인인지 아닌지, 혹은 그 중에서 누구인지 추측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연예인의 특성상 인간관계가 외부에 쉽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진 동료 연예인 중에서는 '언니'라고 부를 만한 사람이 많지 않은 까닭에 연예 생활을 하지 않는 일반인일 가능성이 오히려 높다.

또 다른 의문인 22일을 택한 이유에 대해서도 몇가지 추측이 가능하다.

2월22일은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이은주가 사고로 죽었던 날이다. 이은주는 지난해 10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너무 좋다. 당시를 생각하면 왠지 아련한 느낌이 든다"며 이 영화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다른 한가지 추측은 그녀가 전작 '주홍글씨'의 출연에 부담감을 느꼈다는 사실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이은주는 "근본적인…원인… 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 없을 텐데. 왜 내게 그런 책을 줬는지. 왜 강요를 했었는지. 왜 믿으라고 했었는지"라는 내용을 유서에 적은 바 있다.

이은주가 숨진 채로 발견된 시각은 1시20분으로, 공교롭게도 이로부터 1시간 전에 '주홍글씨'의 제작사는 오랜 기간 준비했던 대형 프로젝트를 언론에 공개했으며 사망 후 40분 뒤에는 소속 매니지먼트사에서 함께 일하던 배우가 출연하며 같은 제작사가 제작한 영화의 시사회가 열렸다.

○…가수 바다(24)가 22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친구 이은주(25)와 나눈 편지, 함께 찍은 사진을 이은주의 어머니에게 전달했다.

소식을 접한 후 충격으로 쓰러졌던 바다는 오후 6시 40분 경기도 분당 서울대병원 빈소로 오기 전 서울 삼성동 집에서 이은주와의 추억을 곱씹으며 눈물을 쏟았다.

평소 이은주와 편지를 주고받았던 바다는 수십통의 편지, 장난스럽게 함께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 등을 상자에 소중히 담았다. "은주의 흔적이니 어머니께 드리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이은주의 유족까지 세심하게 챙긴 바다와 이은주의 우정은 각별했다. 바다는 빈소로 향하는 차 속에서도 "영화 '델마와 루이스'의 주인공처럼 자유로운 캐릭터로 함께 영화에 출연하자고 해놓고 먼저 갔다"며 오열했다. 빈소에서도 이은주 어머니를 부축해 경기도 분당 이은주의 집에 함께 다녀오는 등 어머니 곁을 떠나지 않았다.

바다 소속사(모두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이은주 씨의 어머니는 바다를 딸처럼 여기셨다. 두 사람은 서로 집을 왕래하는 사이여서 어머니는 바다에게 '요즘 음반 시장이 어렵다'고 농담하며 용돈을 주기도 하셨다"고 했다.

또 "성격이 내성적인 두 사람은 각별했다. 바다가 아프면 은주 씨가 약을 사서 가장 먼저 달려왔고 서로 카페를 다니는 등 붙어다녔다. 또 은주 씨가 자동차를 살 때도 바다의 조언이 컸다"고 덧붙였다.

바다는 이은주 사망 전날도 전화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다의 한 측근은 "바다가 은주 씨 사망 전날도 통화했지만 얼굴은 요 며칠새 못 본 것 같았다. 은주 씨와 전화할 때면 바다가 뭔가를 조언해 주는 듯했고 '왜 요즘 얼굴 안보이냐. 지방에 내려갔냐'는 등의 대화를 나눴다. 그런데 알고보니 은주 씨가 혼자서 이런 심적인 고통을 지고 있었나보다"며 안타까워했다.

한편 바다는 올봄 일본 솔로 진출을 위한 협의차 며칠 후 일본 출국 일정이 잡혀있었다. 그러나 일본 음반사 등 관계자들은 "일본 언론을 통해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이은주 씨 소식을 알았다"며 바다의 정신적 충격을 감안, 역으로 한국을 방문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디지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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