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촛불집회' 유죄 확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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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하지 않은 촛불 추모집회가 정치색을 띠면 불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규홍 대법관)는 22일 집회 신고를 하지 않고 미군 무한궤도 차량에 치여 숨진 여중생을 추모하기 위한 촛불집회를 개최한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기소된 '고 신효순.심미선양 살인사건 범국민 대책위원회' 김종일(47) 집행위원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관혼상제와 관련된 집회여서 사전 신고가 불필요하다고 김씨가 주장하지만 '반미''이라크 파병 반대' 등 정치적 구호를 외치고, 차로를 점거해 미국 대사관으로 행진을 유도한 것은 순수한 추모의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실정법을 위반한 것이 명백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아무리 자기 주장이 옳고, 다수의 뜻이라고 확신해도 국민의 합의로 만든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범위를 벗어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씨는 2002년 7월부터 2003년 10월까지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채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수십여 차례 추모행사를 주도하면서 도로를 무단 점거하고,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김씨는 1심에서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공소제기된 10여 차례의 집회를 제외하고는 탈법행위가 없어 평화적 시위문화 정착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형량이 줄었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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