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서울미대 지적 풍토가 고작 이 수준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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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서울대 미술대 디자인학부 교수들이 최근 재임용 심사 탈락 취소 청구소송에서 승소한 김민수 전 교수의 복귀를 반대하며 집단사표를 제출했다고 한다. 김 전 교수와 서울대 사이의 6년반 동안의 법정 다툼이 김 전 교수의 재임용을 앞두고 다시 감정싸움으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고법은 지난달 말 김 전 교수의 재임용 탈락 원인이었던 '부진한 연구 실적'에 대해 '재임용 기준을 충족했다'고 판단했다. 서울대가 대법원 재상고를 포기함으로써 김 전 교수가 재임용되는 것은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 디자인학부 교수들의 사표 제출은 곧 인사위원회를 열어 김 전 교수의 재임용을 결정할 서울대 본부에 대한 일종의 항의이자 압력이다.

우리는 미대 교수들의 집단행동이 지성적이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물론 김 전 교수의 돌출 행동이 감정을 자극했을 수 있다. 그러나 어떻든 사법부의 결론이 난 사항이다. 설령 그가 마음에 들지 않는 행태를 벌였다 해도 상아탑이라는 특수 환경은 의외성을 용인할 수 있을 정도로 개방적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학문과 예술의 다양성을 이어가기 힘들다. 특히 집단 사표라는 방식은 몰지성적이다. 지성인들의 의사표현이 이래서는 설득력이 없다.

김 전 교수의 행동도 매우 비지성적이다. 동료 교수를 '정신적 살해를 가했던 사람'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집단사표 제출에 '최후의 발악을 하는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대 교수의 지성과 교양이 고작 이 정도인가를 생각하니 참으로 한탄스럽다. 이런 몰지성의 풍토에서 무슨 학문의 발전을 이룰 수 있는가.

교수사회라고 성인군자들의 집단이 되라는 얘기가 아니다. 어쩔 수 없이 모든 집단이 갖는 속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다만 달라야 하는 점이 있다. 독립적 지성의 주체들이 개방된 마음으로 다름과 이견을 폭넓게 용인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파문은 서울대 미대의 척박한 지성 풍토를 스스로 내보인 것이다. 교수들은 더 이상 스스로의 얼굴에 침을 뱉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