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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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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사람은 무엇에서 행복을 느끼는가. 돈, 젊음, 건강, 사랑…. 흔히 나오는 답변들이다. 그럼 돈을 더 많이 벌면, 더 젊고 건강해지면, 더 사랑하고 사랑받으면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까.

미국의 심리학 전문지 '사이콜로지 투데이' 최신호는 '진정한 행복은 무엇인가'라는 특집에서 의외의 답을 제시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행복은 작고 평범한 데서 찾으라는 것이다. 이 잡지는 돈, 젊음, 멋진 외모, 좋은 머리가 행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15%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물론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에게 돈은 고난으로부터의 탈출구를 열어줄 수 있다. 그러나 소득이 어느 수준 이상이면 별 차이가 없다고 한다. 돈이 많을수록 생활이 편해질 수는 있지만 그에 비례해 행복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 잡지는 그 경계선을 연봉 4만달러로 계산했다.

또 머리가 좋거나 좋은 대학을 나온 것도 행복에는 별로 기여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수한 인재가 남보다 더 나은 지위를 얻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에 따라 기대수준도 높아지므로 불만과 좌절을 느끼기도 쉽다. 빼어난 미모나 젊음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렇다면 행복을 안겨주는 것들은 도대체 무엇일까. 이 잡지는 우선 자부심을 꼽았다. 자부심이 강한 사람은 자신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역경에 처했을 때 심리적 충격을 덜 받는다. 약간의 자기도취도 주관적인 행복감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한다.

이어 유머감각이다. 유머를 즐기는 사람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발상의 전환을 빨리 할 수 있다. 게다가 남을 잘 웃기고 스스로도 잘 웃기 때문에 매사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게 마련이다.

적극적인 여가와 자원봉사 활동도 중요한 변수로 꼽혔다. 여가란 그냥 한가로운 시간이 아니다. 무엇인가 취미나 특기를 지녀 사람들과 어울려야 진정한 여가다. 자원봉사 활동은 즐겁게 춤추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만족감을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잡지는 말미에 의미있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평생 한두번 겪을까 말까 하는 터질 듯한 희열보다 일상에서 자주 느끼는 작은 만족감이 행복 증진에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작은 것에 감사하며 살라는 뜻인 모양이다.

남윤호 패밀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