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대표 단독 인터뷰] “진보, 먹여살릴 수 있다는 신뢰 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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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7일 “진보가 성장을 부정해선 안 된다”며 “집권을 위해선 (진보가)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신뢰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이상일 정치데스크와의 단독 인터뷰에서다. 손 대표는 “진보가 성장에 대한 능력을 갖지 못하면 무능한 진보가 된다”며 “유능한 진보가 돼야 진보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3일 전당대회에서 치러진 대표·최고위원단 경선에서 ‘수권 정당 만들기’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그것으로 그는 선택받았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당의 수권능력을 어떻게 배양할 것인지 등에 대한 그의 견해를 물었다. 인터뷰는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진행됐다.

-왜 대표로 선출됐다고 생각하는가.

“정권교체에 대한 당의 의지가 드러난 거다. 민주당은 2007년 대선 참패 이후 좌절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실정(失政)에 대한 민심이 6·2 지방선거를 통해 표출되면서 ‘한번 해볼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 전당대회에서 ‘집권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가 화두가 된 건 그 때문이다.”

-무엇을 할 생각인가.

“‘집권해서 국민을 잘살게 해야 한다’ ‘민주주의를 복원하겠다’는 등 목표를 항상 집권에 맞춰야 한다. 국민이 최고라고 자기 세뇌를 하는 자세에서 정책이 나온다. 싸울 때 싸우고, 대안을 제시할 때 제시할 거다.”

-정세균호와는 어떻게 다른가.

“비교할 것은 없고, 손학규호는 국민의 정권교체 여망을 안고 출발한 거다. ‘국민 속으로’가 모토고, 국민 속에서 정권교체 길을 찾겠다.”

-춘천에서 2년간 칩거하면서 ‘시대정신’을 고민했다고 했는데 지금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함께 잘사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2000년대 들어 급속화한 세계화·양극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에 답이 있다. 1960년대엔 경제 번영을 앞세운 독재에 저항하는 게 시대정신이었다면, 80~90년대는 선진국 반열에 올라야 한다는 게 시대정신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먹고살아야 한다’는 시대정신이 만든 거고,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욕구가 이명박 대통령을 만들었다. 그러나 양극화 심화로 피해자들이 결집하자 이명박 정부는 의외로 빨리 약해졌다.”

-한나라당에 있을 때의 손학규는 보수화한 걸로 보였는데 민주당에 와서는 다시 과거의 진보로 간 것인가.

“한나라당 소속이었을 때도 진보를 부정해선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한나라당이 집권하려면 진보의 가치를 함께 거머쥐어야 한다며 개혁을 주장했다. 그래서 ‘나가라’는 소리도 들었다.”

-북한의 3대 세습을 어떻게 보나.

“(머뭇거림 없이) 잘못된 거다. 본래부터 왕조 국가라면 모르지만 21세기에 세습왕조라니,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 문제는 그런 비정상적인 체제를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다. 이명박 정부는 ‘너희들 완전히 망할 때까지 상대 안 해’라는 자세다. 그렇게 해서 얻은 결과가 무엇인가. 완전히 남남이 돼버렸다. 이명박 정부엔 동포애가 없다. 북한이 도덕적으로 나쁘다고 상대하지 않을 수는 없지 않은가. 내가 이 대통령이라면 야당에 ‘국익을 위해 다른 길을 뚫어봐라’ 이렇게 말하겠다.”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배추 파동은 서민 생활에 대한 대통령의 관심이 구체적이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정책은 대증요법에 그치면서 홍보에만 치중하는 인상이다.”

-정동영·정세균 최고위원이 지도부에 있어 불편하지 않나.

“불편할 게 뭐 있나. 정치라는 게 경쟁하면서 하는 거고, 시끄럽게 떠드는 가운데 국민의 관심과 지지도가 높아지고, 또 언제 그랬느냐는 듯 어깨동무하는 게 야당이다.”

-이재오 특임장관이 연내에 개헌을 할 수 있다고 했는데.

“(목청을 높이며) 왜 개헌하자는 건가. 지금의 헌법만 잘 지켜도 권력분산은 잘된다. 나라와 국민을 위한 게 아니라 자기네 정권 연장을 위한 것 아닌가.”

-이 대통령을 만나면 무슨 말을 할 것인가.

“‘4대 강 사업을 중단하거나 강 살리기로 바꾸라’ ‘북한을 가둬놓지 말고 쌀이라도 주고 시작하라’라고 할 거다.”

-2012년 대선 때 한나라당 탈당 전력이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번에 왜 민주당 당원들이 대표를 시켰겠나. 한나라당 지지자 중 내 경력을 거론하는 이들은 어차피 안 찍을 거다.”

정리=신용호·백일현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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