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아나운서 채용 멋대로 공고 … 면접한다며 술자리·노래방 동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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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서울 동작문화원의 한 직원이 여성 아나운서를 채용한다며 ‘술자리 면접’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6일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 취업 관련 카페에 한 응시생이 올린 글에 따르면 동작문화원 직원인 이모(47)씨는 지난 8월 문화원 인근 식당에서 여성 응시생 2명과 술을 마시며 면접을 했다. 이 응시생은 “당시에는 술자리 매너와 아나운서에 대한 열정을 보겠다는 면접관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문화원과 관계없는 남성까지 등장해 2대 2로 술을 마시게 된 것을 되씹어 보니 당시 상황이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 글에 다른 회원은 “나도 그곳에서 면접을 봤는데 술자리에 노래방까지…. 성적인 농담도 하고 정말 기분이 더러웠다. ‘내가 왜 이런 면접을 보면서까지 아나운서를 준비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댓글을 달았다.

이에 대해 응시생들을 면접한 이씨는 “문화원에서 운영하는 스피치 강좌와 초등학생 아나운서 강좌를 맡아 가르칠 강사를 모집하는 과정이었다”며 “다른 회사가 채용 과정에서 회식 면접을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화원 측은 “당시 아나운서를 채용할 계획이 없었으며 이씨가 독자적으로 채용 절차를 진행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은 문화원과 직접적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문화원 관계자는 “8월 초 부임한 이씨가 문화원의 허락 없이 독자적으로 강사를 모집해 원장이 주의를 준 바 있다”며 “술자리 면접이 있었다는 사실도 최근에야 알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파악해 응시생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나면 인사위원회를 열어 해당 직원에 대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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