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KT배 왕위전 일정 차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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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KT배 왕위전이 제 날짜에 열리지 못하게 됐다. 1966년 시작돼 어언 39기가 된 전통의 왕위전이 올해부터 'KT배 왕위전'으로 이름을 바꿔 첫 대회를 시작하기로 한 날은 21일. 그러나 '아마추어 4명의 참가 허용'이란 새로운 제도에 대해 프로기사들이 총회를 열어 거부 의사를 표명함으로써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KT배 왕위전은 올해부터 먼저 KT배 아마 왕위전을 열어 이 중 상위 입상자 4명에게 프로 왕위전 참가를 허용하기로 한국기원 사무국과 협의하고 계약을 마쳤다. 최근의 아마강자들은 순수 아마추어가 아니라 대개 프로에 버금가는 실력을 지닌 세미프로나 프로지망생이다. 이들에게도 프로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면 좋겠다는 바둑팬이 많다는 점을 감안, 국내 대회로는 처음으로 문호를 연 것이다. 대회를 좀더 다양하고 재미있게 만들어 바둑계 발전에 기여하자는 취지였다(세계대회에선 삼성화재배가 이미 아마추어에게 문호를 열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기원 주관 아래 아마추어 왕위전이 미리 열렸고 전국의 아마강자 200여명이 한국기원 자회사 격인 인터넷바둑사이트 사이버오로(cyberoro)에서 2주간 열전을 벌인 결과 서중휘(23).송희재(14).김남훈(21).김수용(15) 등 4명이 프로대회 참가권을 얻었다.

그러나 대회 결승전이 열리던 17일 한국기원에선 왕위전의 아마기사 참가 허용 문제를 놓고 프로기사 105명이 모여 총회를 열고 있었다.

토론 끝에 투표를 했고 대회 참가 반대(42표)와 조건부 허용(37표)이 과반을 차지, 아마기사 참가를 허용하는 한 대회에 참가하지 않는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왕위전이 아마추어에게 오픈되면 다른 기전도 도미노 현상을 일으킬 것이고 오랜 세월 보장돼 온 프로의 기득권인 대회 참가권이 훼손된다는 점을 들어 실질적인 보이콧을 결의한 것이다.

아마대회가 이미 끝난 상황에서 프로들이 참가 거부를 표명함으로써 뒤처리가 복잡해졌고 제 날짜에 대회를 진행하기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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