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 놓고 신경전 가열 … 정주영 명예회장 ‘위임장’도 공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9면

현대건설 인수전이 시작되면서 신경전도 가열되고 있다.

현대그룹은 4일 TV 광고 논란으로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재산 위임장(사진)까지 공개하고 나섰다. 현대그룹은 “2000년 4월 현대건설 유동성 위기 당시 정몽헌 회장이 정주영 명예회장의 모든 재산권 처분 및 행사를 위임받아 현대건설 회생을 위해 사재를 출연했다”며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사재 출연분을 정몽헌 회장의 사재 출연으로 표현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현대그룹은 지난달 추석 연휴에 맞춰 TV 광고를 통해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사재 출연분을 합쳐 ‘현대건설 회생을 위해 정몽헌 회장 4400억원 사재 출연’이라는 자막을 내보냈었다. 그러나 현대그룹은 이날 사재 규모를 어떻게 4400억원으로 산출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현대그룹은 또 4일자 주요 일간지 1면에 ‘세계 1위의 자동차 기업을 기대합니다’는 제목의 광고를 내 화제를 모았다. 날렵한 스포츠카의 모습도 보여 언뜻 자동차회사의 일반적인 기업 이미지 광고로 보인다. 그런데 중간 광고 문구부터 현대그룹이 왜 광고를 냈는지가 나온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4일 저녁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부인 고(故) 이정화 여사의 1주기 가족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1주기 행사는 정몽구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열렸다. [김도훈 인턴기자]

‘왜 외국 신용평가사는 자동차기업의 건설업 진출을 우려할까요?’ ‘왜 세계적인 자동차기업들은 주주와 노조의 소리에 귀 기울일까요?’. 다분히 현대건설 인수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현대자동차그룹을 겨냥한 것이다. 이어 ‘자동차 강국으로 기억되는 대한민국, 현대그룹이 함께 응원합니다’고도 했다.

맨 아래 문구에서 ‘현대건설의 미래는 현대그룹이 지키겠습니다’며 속내를 완전히 드러냈다. 현대그룹은 “어디에도 특정 자동차업체를 적시하지 않았다”며 “신문 독자들이 알아서 판단해 주셨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는 자체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광고를 해 왔지만 타사를 의식하는 광고를 낸 적은 없다”며 “해당 광고에 대해 일일이 대응할 생각은 없다”고 답했다.

한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이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부인 고 이정화 여사의 1주기 가족 모임에 참석했다. 1주기 행사는 정몽구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열렸다. 현 회장은 검은색 투피스 정장 차림으로 참석했다.

글=김선하·강병철 기자
사진=김도훈 인턴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