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보유 선언 전 중국과 의논 안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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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 10일 핵보유 선언을 하기 전 중국과 미리 의논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는 16일 "여러 계통의 정보를 종합한 결과 북한은 핵보유 선언 발표를 최우방인 중국에 사전 통보하거나 의논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중요한 외교문제 발표 때는 관행적으로 중국과 미리 협의해 왔다.

정보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취임연설 직후 핵보유 선언의 발표 시기를 놓고 저울질해 왔다.

그러다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북한 방문을 앞두고 갑자기 발표했다. 왕 부장의 방북은 오는 19일께나 또는 그 이후에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중국에 사전 통보없이 핵보유 선언을 한 것은 중국이 이에 반대할 것으로 예상한 때문이라고 정부 관계자는 분석했다. 중국은 북한의 핵선언 계획 자체를 무산시키려 했을 것이란 추측이다. 중국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북한의 핵보유가 중국의 경제개발에 걸림돌이 될 뿐 아니라 대만의 독립 문제와도 연계돼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또 중국에 통고하면 곧바로 미국과 한국에 알려질 것이라고 북한이 판단했을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이 발표 날짜를 미뤘다가 왕 부장 방북 후 중국에 통보할 수도 없었을 것이라고 한다.

왕 부장이 방문한 동안 입을 다물고 있다 돌아가자마자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은 결국 중국을 속이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북.중간 협상을 다시 해야 한다.

이는 북한과 중국의 신뢰관계를 깨뜨리는 결과가 된다. 그 여파로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지원을 못받을 수 있다.

북한이 중국과의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핵보유 선언 계획을 중국에 사전 통보하지 않아 6자회담을 주관해온 중국은 난처하게 됐다. 중국은 미국의 대북 압박정책을 완화하기 위해 설득하는 동시에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오도록 중재해 왔지만 북핵 선언으로 할 말이 없어졌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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