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구리의 목표는 우변 건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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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본선 32강전>
○·허영호 7단 ●·구리 9단

제 4 보

제4보(42~57)=백이 잘 풀리고 있다지만 극도로 난해한 바둑이다. 국면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두 기사의 심중을 살펴보자.

먼저 백의 허영호 7단은 흑▲들을 잡았고 이 돌들은 절대 되살려 줄 수 없다. 또 백△들은 반드시 살려야 하지만 좌상 42쪽은 언제라도 버릴 생각이다. 흑의 구리 9단은 우변을 키우는 것을 향후 전략의 중심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자면 백△들을 잘 공략해야 하며 A의 약점도 신경 써야 한다. 이런 암중의 대치 속에서 수들을 음미해 보자.

42는 응수 타진. 선수니까 두었을 뿐 살리자는 게 아니다. 44에서 잠시 손을 빼고 45, 47로 선공에 나선 것은 구리 9단이 우변에 대한 집념을 드러낸 것. 48로 지키지 않을 수 없을 때 53으로 출구를 막는다는 스토리다(이곳을 막아야 우변을 건설할 수 있다). 그러나 53은 약간 성급했다. 일단 B로 패를 걸어 상대에게 부담을 줘야 했다. 흑▲들을 놓칠 수 없는 백의 심리를 최대로 활용해야 했다. 물론 백엔 C의 팻감이 있다. 그러나 흑도 좌상에 패를 쓸 수 있다(박영훈 9단의 해석에 따르면 좌상의 패 쓰기는 방법도 어렵고 손해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어 구리 9단이 패를 피한 것 같다고 한다).

아무튼 구리 9단은 53을 빨리 두고 싶었고 그리하여 54의 개운한 따냄을 허용하게 됐다. 흑은 소원하던 대로 53~57의 콤비네이션으로 우변을 건설했으나 53 주변이 엷다는 게 문제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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