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MBC '영웅시대' 조기종영 진실은 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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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MBC 대하 드라마 '영웅시대'의 연기자들이 한때 촬영을 거부하는 드문 일이 일어났다. 드라마의 주요 배역 20여명이 담당PD의 인사위원회 회부 취소와 조기종영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들어간 것이다. 방송사와 연기자 대표가 면담을 거쳐 각서를 교환하는 것으로 사태는 일단 마무리됐으나 과정을 지켜본 시청자로서는 개운치 않은 구석이 많다.

무엇보다 연기에 전념해야 할 배우가 파업으로 맞설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일으킨 MBC의 태도다. 배우 쪽 주장에 따르면 MBC는 시청률 20%를 넘으면 예정대로 100회까지 방영하겠다는 약속을 깼다. 조기종영설이 나오면서 초기부진을 씻고 시청률 22%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2월 말 70회 종영을 고집한 MBC는 연기자뿐 아니라 시청자와의 약속도 저버렸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더구나 이 프로는 정치적 외압으로 조기종영 소문이 나돌았다. 이때 MBC 측은 낮은 시청률과 후속 정치 다큐드라마 '제5공화국' 핑계를 대기에 급급했다. 긍정도 부정도 아닌 MBC의 모호한 처신은 오히려 정치적 공방만 키웠다. 무엇이 진실인지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 의혹을 만든 것 자체만도 MBC 책임이 크다.

시청자의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하지 못한 부분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특정인물에 대한 지나친 미화나 과도한 띄워주기를 지적하는 일부 여론이 있었으나 묵살하고 더 부풀리는 쪽으로 나아간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역사적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해도 엄연한 실존인물을 다루는 드라마라면 스스로 조심하고 경계하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MBC는 배우가 왜 촬영장을 떠나려 했을까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방송사와의 관계에서 약자 입장일 수밖에 없는 것이 연기자다. 이들의 이유있는 분노에 수긍할 수 있는 답을 해주는 것이 방송사의 의무다. '영웅시대'를 둘러싼 잡음의 원인을 납득할 수 있게 밝히는 것이 지금 MBC가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