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한 알짜 중국기업 고를땐 중국의 눈으로 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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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한국에 상장한 중국의 알짜 기업을 고르려면 중국 기준으로 판단하라.”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의 고낙섭(사진) 부대표(중국사업본부장)는 “한국 기준에서는 사양산업이라도 중국에선 성장산업일 경우가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중국 기업의 한국 상장 회계감사 포럼’ 참석에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다. 고 부대표는 섬유·의류를 이런 기준에 부합하는 대표 업종으로 꼽았다. 엄청난 규모의 중국 내수시장을 주목한 것이다.

고 부대표는 “중국 푸젠성에서 대규모로 의류를 생산하는 휠라코리아처럼 중국에 진출해 성공한 한국 기업과 유사한 사업모델이나 여건을 가진 중국 기업을 고르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휠라코리아와 같은 지역에서 신발과 의류 제품을 생산하는 차이나그레이트스타 등은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매출액만 볼 게 아니라 매출이 어디에서 발생하는지도 봐야 한다. 고 부대표는 “중국 기업이라고 해서 모두 내수 수혜를 입는 것은 아니다”며 “감사보고서의 주석이나 기업설명회(IR) 자료 등을 통해 내수 비중과 수출 비중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자료를 통해 중국 34개 성 중 특정 지역에서만 매출이 나오는지, 전국을 기반으로 매출이 생기는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 기업의 특성상 기업의 역사나 최고경영자(CEO)의 경력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그는 “중국 기업은 중국 당국과의 협력 사업이 많은 만큼 홈페이지나 IR 자료를 통해 정부 유관기업인지, 정부와 협력사업을 해 본 적이 있는지 등을 살펴보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한국에 상장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상장을 앞둔 중국 기업의 공모 기회를 노리는 방법도 있다. 고 부대표는 “중국 주식시장에서도 잘나가는 기업이 앞으로 한국 시장에 상장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중국에서 이미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은 업종인 전자부품제조·미디어·전기전자(IT) 업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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