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신용등급에 긍정적 정보 많이 반영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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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신용정보회사가 산정하는 개인 신용등급은 그 사람이 돈을 빌릴 때 제대로 갚을 확률이 얼마인가를 나타내는 것이다. 개인들의 경제 상황에 대한 자료를 모아 앞으로 돈을 갚을 확률을 추정해 낸다. 신용등급이 나오지 않으면 위험도가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이 분간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위험도가 낮은 사람들은 자신의 여건보다 높은 금리를 요구받는다. 만일 위험도가 낮은 사람들이 높은 금리 때문에 금융시장을 이용하지 않게 된다면 위험도가 높은 사람들만 남아 높은 금리를 물게 된다. 금융시장을 통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데 실패하는 것이다.

반면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돈을 잘 갚아 다음엔 더 낮은 금리에 대출을 받을 수 있다면, 돈을 잘 갚으려 애를 쓰게 된다. 개인에 대한 신용정보가 계속 축적되는 구조에선 채무자들이 돈을 갚으려는 유인이 생긴다. 금융회사들도 이를 반영한 금리를 적용하게 되므로 전체적으론 대출 이자율이 낮아지는 효과가 생긴다. 신용정보 산업은 우리 사회에 이런 순기능을 할 수 있다.

정부가 복지정책을 펴는 데도 신용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위험도가 매우 높은 사람들을 따로 가려냄으로써 정부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사람들을 선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들에 대해선 대출을 늘릴 게 아니라 정부가 무상으로 소득을 보조하고 고용을 도와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다만 이런 순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 개인들의 금융거래가 서로 다른 금융시장, 예컨대 은행권과 카드사 등에 걸쳐 있는 경우 모든 거래정보가 신용등급의 산정에 포함돼야만 한다. 그래야 정확한 신용등급을 낼 수 있다. 또 2003년 카드 대란에서 일어난 것과 같은 돌려막기를 방지할 수도 있다.

연체 같은 부정적인 정보에 의존해 신용등급을 산출하는 것에서 벗어나 긍정적인 정보도 많이 반영해야 한다. 신용등급이 좋지 않아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은 개인들도 성실히 상환한 뒤엔 신용등급이 올라가야 은행 등 다른 금융회사와 거래를 할 때 도움이 된다. 이런 거래들이 모두 신용등급에 반영된다면 개인들도 모든 금융거래에서 성실히 계약을 이행하려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신용등급이 높아지게 된다.

이런 신용등급을 모든 금융회사들이 공유하게 된다면 금융회사들이 개인과 거래를 할 때 더 경쟁적으로 금리를 낮추려 하게 될 것이다. 보다 많은 거래정보를 통해 생산된 신용등급을 보다 많은 금융회사가 공유하는 것은 신용정보 시장을 효율화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신용정보사들은 개인들에 대한 자료를 분석해 정확한 신용등급을 내려 한다. 그러나 개인 소비자 입장에선 부정확한 신용등급이 메겨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런 경우엔 개인들이 자신의 신용등급에 대해서 열람을 하고 틀린 부분에 대해선 수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그런 요구가 신속하게 신용등급에 반영이 되는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경제주체들은 자신의 신용등급이 정확하게 산출돼야 한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이를 잘 활용한다면 신용등급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고 신용정보 시장을 효율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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