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3대 세습 공식화] 후계 구도 막전막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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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 구도에서 거론되지 않던 막내 김정은이 떠오른 건 2008년 여름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다. 그해 10월 가까스로 회복한 김정일은 후계 문제를 서둘렀던 것으로 보인다. 내부적으로 김정은 찬양가요 ‘발걸음’을 보급하면서 기층 조직인 인민반 단위까지 김정은 후계에 대한 교양사업을 실시했다는 분석이다. 원세훈 국정원장은 지난 6월 국회 정보위에서 “김정일의 현장 방문 때 김정은이 수시로 동행하면서 정책 관여의 폭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례없는 3대 세습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2001년 5월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39)이 가짜 여권을 갖고 일본에 밀입국하다 적발되면서 그는 후계자에서 멀어졌다. 이후 김정은의 형인 정철(29)이 물망에 올랐다. 2002년 8월에는 북한군 출판사가 김정철·김정은의 어머니인 고영희를 ‘존경하는 어머님’으로 우상화한 선전물을 발간할 정도였다. 그러나 김정철이 서방의 팝 가수 공연을 여성과 함께 관람하기 위해 유럽을 돌아다니는 사실이 일본 언론에 공개되자 후계 탈락설이 나오기 시작했다. 김정철이 호르몬계 이상으로 후계자가 되기 어렵다는 얘기도 돌았다.

◆밀려난 정남·정철은 어떻게=김정은이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형제들과 어떻게 관계 설정을 할지도 관심거리다. 김정일의 경우 후계 내정 5개월 전인 73년 9월 숙부 김영주(김일성 동생)가 맡던 노동당 조직지도부장을 차지해 후계 지위를 굳혔다. 김영주는 정치국 위원으로 남았지만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군 대좌(대령) 출신으로 군부 기반이 있던 이복동생 김평일 폴란드 대사는 81년부터 해외 무관과 대사를 지내고 있으며, 국내에서 보직을 맡지 못했다.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은 현재 마카오와 중국 등을 떠돌고 있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1월 외신 인터뷰에서 “후계 문제는 아버님만이 결정하신다”고 얘기하기도 했지만 결국 김정일이 김정은을 선택하면서 기댈 언덕을 잃게 됐다. 김정철의 경우 교통사고 중상설 등이 나왔으나 근황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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